지난 15일 제주시 한림읍 금오름의 훼손된 모습과 2017년 6월 촬영한 금오름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지난 15일 오후 5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금오름(금악)으로 가는 들머리 도로가 차들로 뒤엉켜 한참 정체돼 있었다. 바람이 불고 차가운 늦은 시간이었지만 금오름으로 가려는 렌터카들이 줄을 이었다. 금오름으로 가는 길에서 마주친 관광객만 100명이 넘었다.
제주의 중산간 마을 금악리에 있는 해발 427.5m 금오름은 분화구 깊이 52m, 둘레 2861m로 제주 서부지역의 대표적인 오름이다. 분화구 안에는 산정화구호가 있어 예로부터 소와 말들의 식수로 사용되기도 했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 있는 금오름 정상부가 맨흙이 드러나 있다.
금오름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분화구까지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멘트 포장으로 정상까지 길이 잘 포장돼 있어 쉽게 오를 수 있고 주변 경관이 뛰어난 금오름은, 유명 연예인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날 세찬 바람이 부는 정상에는 수십명이 분화구와 분화구 너머 비양도 바다로 비치는 햇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물이 고여 있던 분화구 안에도 정체 모를 각종 돌탑이 쌓여 있고, 관광객 수십명이 분화구 안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주변은 관광객 등 방문객의 발길로 맨흙이 드러나 있었다.
지난 15일 금오름으로 가는 도로는 렌터카들로 혼잡을 이뤘다.
정상부 주변은 제주도의 화산 지질인 송이(화산쇄설물)가 관광객들의 발길에 붉은빛 그대로 드러났다. 주변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 송이도 지상에 노출된 상태이다. 이곳에서 만난 김아무개(24·서울)씨는 “금오름이 핫플레이스로 소문나서 찾게 됐다. 여전히 주변 풍경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뮤직비디오에서 볼 때와는 다른 것 같다. 정상부 주변 훼손이 심해 미끄러질 뻔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찾은 제주시 조천읍 서우봉 정상 주변에는 훼손된 가로등들이 보였다.
16일 오후 찾은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서우봉도 상황은 비슷했다. 인근 함덕해수욕장과 함께 풍경이 뛰어나 산책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일부 올레길 구간이 파헤쳐져 있었다. 서우봉 정상으로 가는 산책길 가로등들이 관리되지 않은 채 서 있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들의 접근이 쉬운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도 억새 등의 식생 보존을 위해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판을 붙여놨으나,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출입하면서 맨흙이 드러난 훼손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훼손되기 전의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 제주도는 용눈이오름 훼손이 심해지자 지난해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갔다.
제주도는 일부 오름이 명성을 얻으면서 관광객들이 몰려 오름 훼손이 심해지자 오름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물찻오름과 도너리오름(2008년)에 이어 송악산 정상부(2015년), 문석이오름(2018년), 백약이오름 정상부(2020년)에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됐다. 지난해에는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용눈이오름이 크게 훼손되자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해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도는 “금오름 등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오름의 훼손 방지를 위해 토지주 등과 협의해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