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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양파 호끔 상 먹어 줍서” …양파값 폭락에 잇따라 산지 폐기

등록 2022-03-03 15:16수정 2022-03-08 02:32

저장양파 도매 경락가 1㎏ 460원
5년치 평균 1500원 대비 70% 줄어
제주 농민 “지원금 상향 조정해야”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장인 오창용씨가 2일 오후 트랙터를 이용해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자신의 양파밭을 갈아엎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장인 오창용씨가 2일 오후 트랙터를 이용해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자신의 양파밭을 갈아엎고 있다.
“우리 양파 호끔 상 먹어줍서(조금 사서 먹어주세요).”

지난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 한 양파밭에서 만난 홍신표(63·영락리)씨는 이렇게 말하며 농민 이정헌(62)씨가 트랙터로 갈아엎은 양파밭을 바라봤다. 제주 조생 양파는 전국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출하된다. 올해는 오는 16~18일부터 출하하게 된다. 하지만 수확을 앞두고 제주도내 조생 양파 주산지인 대정읍 지역 농민들 마음은 뒤숭숭하다. 7천여평 양파 농사를 짓는 홍씨는 “지난해에는 평당 1만5천~1만6천원에 상인들에게 밭떼기 거래가 이뤄졌지만, 올해는 (가격 폭락으로) 상인들이 아예 마을에 오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지었다. 올해 기준 제주도내 조생 양파 재배면적은 600㏊로, 생산량은 전국 20%를 차지한다.

3일 제주도 말을 들어보면, 현재 지난해산 저장 양파 도매시장 경락 가격은 1㎏에 460~470원 선이다. 평년(5년치 평균) 1500원 선에 견줘 70% 넘게 폭락했다. 또 저장 양파 출하 시기와 조생 양파 출하 시기가 겹치는 3~4월에 양파 공급량이 늘어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는 가격 폭락을 저장 양파 재고가 남아 있는데다 코로나19로 요식업체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홍씨는 “지난해에는 3월10일부터 작업(수확)에 들어갔는데 올해는 18일부터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이면 양파 거래가 끝나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창용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장도 대정읍 상모리 밭에서 트랙터로 수확을 앞둔 양파밭을 갈아엎었다. 3만여평 밭에 양파 농사를 짓는 오 지부장은 뿌리째 뽑혀 하얗게 드러난 싱싱한 구근을 들어 보이며 “가격이 문제이지 물건은 좋다. 오죽하면 2주 정도만 지나면 수확해야 할 양파를 포기하고 정부에 산지폐기 자금을 요청하겠느냐”며 “채소 가격 안정을 위해 양파를 정부 수급관리품목으로 수매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제시한 제주산 조생 양파 산지폐기(출하정지) 지원금인 1평(3.3㎡)에 7440원을, 30~40% 오른 농자재값이나 30% 이상 오른 인건비를 고려해 최저 생산비인 1만2천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황금찬(62·무릉1리)씨는 “양파 농사를 두고 ‘망할 아기, 흥할 아기’라고 한다. 해마다 도박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산지폐기 현장을 방문했다. 윤 원내대표는 농민들과 한 간담회에서 “양파 가격 안정을 위해 농산물 가격안정기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오창용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장(왼쪽)이 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갈아엎은 자신의 밭에서 나온 양파를 들어 보이며 가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오창용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장(왼쪽)이 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갈아엎은 자신의 밭에서 나온 양파를 들어 보이며 가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트랙터로 갈아엎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의 한 양파밭이 황량하게 변했다.
지난달 24일 트랙터로 갈아엎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의 한 양파밭이 황량하게 변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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