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가 오름에 불을 놓는 들불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제주시는 애초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동안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사흘 동안 열 예정이었던 제24회 제주들불축제를 취소한다고 11일 밝혔다. 시는 내부 논의를 거쳐 최근 강원과 경북지역 산불로 피해가 늘어나고, 코로나19 상황도 연일 역대 최다 확진자를 기록하면서 들불축제를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올해 축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사전 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취소 상황을 안내하고, 축제를 위해 준비한 문화행사는 강원·경북지역 산불 진화 및 피해 수습이 이뤄진 뒤 지역예술인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연 등 별도 기회를 만들기로 했다. 시는 자치경찰단과 서부소방서에도 지원 인력 동원 계획 철회를 요청하고 유관기관 등에도 안내문을 통해 축제 취소 사실을 알릴 계획이다.
앞서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성명을 내고 “강원도와 경북지역의 산불로 전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는 이때 오름에 불을 놓는 축제를 중단하고, 예산을 국가적 산불 재난 상황에 대한 고통 나눔에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절정에 이르고 있는 지금 가급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제주시는 축제 중단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들불축제 중단을 요구했다.
시는 애초 지난 7일 예정대로 들불축제를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시청 누리집 등에는 “산불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생각하면 축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 들불축제 예산으로 나무를 심을 수 있게 도움을 주든지, 도민 이름으로 성금을 내든지 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제주들불축제는 제주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소나 말의 방목을 위해 진드기 등을 없애기 위해 목초지에 불을 놓는 목축문화를 관광축제로 재현한 것이다. 1997년 옛 북제주군에서 시작한 이 축제가 취소된 것은 2011년 구제역 파동과 2020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소한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