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해안절벽에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가 구축한 갱도 진지가 무너져내려 제주도가 보전방안 마련에 나섰다. 허호준 기자
제주의 유명 관광지인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절벽에 일제가 구축한 갱도 진지가 무너져내리고 있어 제주도가 보존관리방안 마련에 나섰다.
제주도는 올해 ‘일제 동굴 진지(송악산) 보존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도가 송악산 동굴(갱도) 진지 보전에 나선 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갱도 진지가 무너져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송악산 갱도 진지는 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1945년 제주도민들을 강제 동원해 구축한 해군 특공기지다. 이 기지는 미군의 상륙에 대비해 ‘가이텐’과 ‘신요’ 등 이른바 유인 어뢰를 숨겨뒀다가 미군 함정에 돌진해 충돌하는 기지로 계획됐으나 일본의 항복으로 완공하지 못했다.
지난 2003년 방송된 유명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로도 알려진 송악산 해안 갱도 진지는 모두 15개로 이 가운데 6개가 2013년 이후 천정의 흙 등이 무너져 내리며 훼손돼 현재는 2개의 입구가 막혀 있는 상태이다. 도는 현재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갱도 진지가 있는 송악산 해안변 출입을 막고 있다. 송악산 해안절벽은 지반이 약한 데다 차량 통행에 따른 진동 등으로 추가 붕괴 우려가 있는 곳이다.
앞서 제주도는 2010년 안전진단 용역 결과 송악산 절벽 붕괴를 막기 위해 옹벽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원형 훼손 등을 이유로 이뤄지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파도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바닷속에 방파제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도는 송악산 갱도 진지 보전관리 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대책이 마련되면 도내 다른 갱도 진지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태평양전쟁 시기 일제가 제주도민 등을 동원해 구축한 갱도 진지는 최소한 120곳, 450여개에 이르며, 제주시 조천읍 서우봉 해군특공기지 등 모두 7곳 73개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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