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 때 그린 ‘세한도’.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 유배 시절 그린 국보 ‘세한도’가 178년 만에 제주를 찾았다. 추사는 1840년 55살에 제주에 와 8년 4개월 동안 유배생활을 하며 자신을 잊지 않고 책을 보내주며 위로했던 역관이자 제자인 이상적(1804~1865)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세한도를 그렸다.
세한도는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는 <논어>의 구절을 소재로 한 그림으로 시련 속에서도 변치 않는 신의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조선 최고의 문인화로 평가받는다.
이상적은 세한도가 그려진 1844년 음력 10월 세한도를 들고 중국 베이징에 가 청나라 문인들의 찬사를 받으며 모두 16인의 글을 받았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2020년 손창근 선생이 국가에 기증했다.
국립제주박물관이 지난 5일 시작한 ‘세한도, 다시 만난 추사와 제주’ 특별전을 통해 추사가 제주 유배 때 그린 세한도를 178년 만에 만나게 됐다. 전시는 오는 5월29일까지 계속된다. 전시 1부 ‘세한의 시간’에서는 추사가 겪은 시련의 경험과 감정을 엿볼 수 있도록 제작한 영상, 청나라 문인 16명과 한국인 4명의 감상 글로 이뤄진 세한도 두루마리(가로 1469.5㎝, 세로 33.5㎝)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 2부 ‘송백의 마음’에서는 추사의 지인들과 그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품을 만날 수 있다. 친구 초의선사(1786~1866), 제자 허련(1808~1893)과 주고받았던 편지, 전각가 오규일이 만든 인장들이 있다. 독립운동가 이시영 선생의 글씨 ‘장무상망’(長無相忘), 추사의 또 다른 작품 ‘불이선란도’, 허련의 ‘김정희 초상’도 전시됐다. 오는 23일에는 추사 연구가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특별강연도 있다.
국립제주박물관은 특별전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오는 21일부터 5월19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추사에서 백남준까지, 경계를 넘은 예술가들’을 주제로 최열 미술평론가, 김소연 이화여대교수, 조영복 광운대 교수, 김복기 경기대 교수,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강의가 진행된다. 또 학생들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