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윤수 큰 심방.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제공
국가무형문화재 제71호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예능보유자인 김윤수 심방(무당)의 장례식이 ‘제주전통문화예술인장’으로 열린다. 제주에서 문화예술인장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심방은 지난 2일 76살을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의 노제는 8일 오전 10시50분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자택과 건입동 칠머리당영등굿전수관에서 치러진다. 노제에서는 김희숙씨의 고별 공연에 이어,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가 방광침과 원미권청 행사를 한다. 행상소리(상엿소리)도 제주에서는 드물게 진행된다.
제주칠머리당굿 기능보유자 안사인(1990년 작고) 선생의 뒤를 이은 고인은 제주인의 웃음과 눈물을 함께해 온 ‘큰심방’이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회장이기도 한 고인은 3대째 무업을 이어온 세습무이다. 고인은 생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16살 되던 해 신병을 앓고 있었는데 큰어머니가 제주시 서부두에서 열린 어민들의 무사안녕을 비는 요왕(용왕)제를 보면 낫는다며 같이 가자고 강권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됐다. 그때 유명한 심방이었던 큰아버지의 대물림을 받으라는 말보다, 아픈 병이 낫는다는 말에 따라가게 된 것이 심방으로 접어들게 된 길이 됐다”고 했다. 그는 1971년 제대한 뒤 정부의 미신타파운동 영향으로 한때 무업을 그만둘 결심을 했으나, 주위에서 그만두면 다시 아프고 오래 살지 못한다며 권유해 결국 운명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고인은 7~8명의 큰심방으로부터 70~80가지의 굿 수업을 받았다. 고인은 1987년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을 이수했으며, 1995년 5월에는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보전과 전승 활동을 인정받아 예능보유자가 됐다. 제주굿은 춤을 주로 하는 ‘맞이’, 서사무가를 읊는 ‘본풀이’, 연희적인 요소가 강한 ‘놀이’로 크게 나뉘고, 소리와 가락, 연극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제주칠머리당굿은 제주굿의 3박자인 맞이·본풀이·놀이의 원형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속학자 강소전 박사는 “김 심방은 제주의 대표적인 심방인 ‘도황수’로 평가받는다”며 “제주 문화의 원류인 굿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는 데 기여해 온 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발인은 8일 오전 9시30분 제주시 부민장례식장에서 한다. (064)744-4444.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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