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정중 교사들이 이 학교 교사의 ‘인권 수업’을 지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제주도 내 한 중학교에서 이뤄진 인권 수업을 놓고 일부 학부모와 단체들이 수업 결과물의 철거를 요구하며 학교를 방문하는 등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자 교권 침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일 제주 대정중 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달 초순께 이 학교 사회과 교사가 1학년 ‘사회집단과 차별’ 단원에서 이뤄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차별 예방’ 수업을 진행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혐오표현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라는 공간에서 혐오표현을 들었을 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했다.
이와 관련해 대정중의 한 교사는 “몇몇 학생이 여러 소수집단 가운데 성소수자를 주제로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손팻말을 만들어 펼침막 형태로 학교 복도에 걸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전시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이 수업이 “‘사회집단의 의미를 이해하고, 사회집단에서 나타나는 차별과 갈등의 사례와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탐구한다’는 성취기준에 근거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와 제주학부모교육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학교를 방문해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을 문제 삼아 전시한 수업 결과물의 철거를 지속해서 요구하고, 교사의 수업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교육청 등에 민원을 제기해왔다.
이에 제주지역 사회과 수업연구공동체 ‘사회과좋은수업연구회’ 교사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수업은 사회과 교육과정에 입각한 정당한 교육활동이다”라며 “교육내용과 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의견 개진을 넘어 교육과정에 근거한 교사의 정당한 수업내용과 결과물에 대해 지속해서 비난하는 행태는 교사의 수업권 침해이며 교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7일 전교조 제주지부의 참교육실천대회 참가자들도 이날 성명을 내어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학생들과 함께한 인권수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정중 교사들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교사는 성소수자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장애인·노인·여성·성소수자 등 10가지 소수집단을 아이들에게 제시하고 수업했다”며 “우리는 교사로서 우리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어떠한 소수집단도 차별받지 않기를 바란다. 교사의 수업과 학생들의 교육활동 결과물은 보호돼야 한다”며 지지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