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하천 정비사업이 환경훼손 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가시천 하천정비사업이 보류됐다. 제주지역 하천 정비사업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환도위·위원장 송창권)는 지난 1일 오후 제411회 제2차 정례회를 열고 제주도가 제출한 ‘가시천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에 대해 부동의했다고 2일 밝혔다.
환도위는 “가시천 정비사업 목적이 하천 범람으로 인한 재해 예방을 위해 추진되고 있지만, 범람 피해 사례 등에 대한 사전 평가가 부실하다. 원형 훼손 구간, 생태 자연 등 1등급 지역이 명확하지 않아 2등급으로 변경되는 등 하천 정비와 홍수피해 저감과의 연관관계가 미흡하다”며 부동의했다.
이 동의안은 앞서 지난 410회 임시회에서 보류됐던 사안이다. 당시 환도위는 가시천 정비사업이 친환경적 하천정비계획이 아니며 주민들에게 설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심사를 보류한 바 있다.
가시천 정비계획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부터 세화리까지 6.5㎞ 구간에 제방 및 호안 10개 지구 4923m, 교량 3곳 재가설, 배수시설 15곳 설치 등을 하는 것으로 짜였다. 가시천의 전체 길이가 7.4㎞임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구간이 정비 대상 지역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울창한 수림에 둘러싸여 생태적 가치가 높고 하천 안에 식생이 분포하는 등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가시천에 대한 정비사업은 2000년 이후 11차례나 이뤄졌는데, 같은 구간에 또다시 정비사업을 벌이는 것은 과도하다며 하천 정비사업의 재고를 요구해왔다.
이 단체는 2일 환영 성명을 내고 “제주도의회의 가시천 하천 정비사업 부동의 결정은 도내 하천정비사업의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이번 도의회의 결정으로 무분별하게 하천과 주변 식생과 생태계를 파괴하며 진행돼 온 하천정비사업은 철퇴를 맞게 됐다. 제주도는 직접 나서서 무분별하게 생태계를 파괴하는 하천 정비는 더는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6월 천미천 정비사업지구를 방문한 뒤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정비가 필요하다면 제방을 쌓거나 콘크리트 담벼락을 만들 게 아니라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침수 피해 예방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제주의 하천은 물이 흐르는 통로로만 인식하지 말고 하천 주변의 생태 환경이 보전되면 주민들을 위한 쉼터로 활용될 수 있고,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며 하천 정비사업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