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1만5천여명의 희생자를 모신 위패봉안실. 허호준 기자
제주지역 사회의 강력한 요구에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제주4·3을 기술할 수 있는 근거가 결국 사라지게 됐다.
15일 제주도교육청의 말을 들어보면,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전날 의결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수정 가결하면서 4·3을 기술할 근거는 담기지 않았다. 다만 국교위는 향후 교과서 서술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인 편찬 준거에 4·3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권고했다.
앞서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본이 공개된 뒤 교과서에 4·3을 기술할 근거가 사라지는 등 4·3 교육이 위축될 우려가 나오자 4·3관련 단체와 교원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9일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김광수 제주도교육감과 4·3관련 단체 대표들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새 교육과정에 4·3 기술 근거를 명시해달라고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도 교육청에서 각계의 의견을 모아 개정안에서 삭제된 ‘성취기준 해설’을 부활해 ‘4·3’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의무사항인 ‘성취기준 해설’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국교위는 제주지역에서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어서 4·3이 반드시 교과서에 포함될 수 있도록 편찬 준거에 넣도록 해달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며 “편찬 준거 관계자들을 상대로 4·3이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제주역사교사모임 등은 “편찬 준거는 의무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 교과서 집필진에 따라 서술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8·15 광복과 통일정부 수립 과정’을 이해하는 데 알아야 할 ‘학습요소’를 근거로 8종 전체에 4·3을 서술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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