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제주자연의벗 양수남 사무처장이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황우치해변에서 발견된 폐사한 붉은바다거북을 살펴보고 있다. 제주자연의벗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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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바다 수심 1m 안팎의 물속에서 성게를 잡던 해녀 김영자씨는 바닷속 바위 위에 엎드린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김씨를 본 바다거북이 앞다리 한쪽을 들어 흔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50년 동안 물질하면서 깊은 물속에서 바다거북을 두번 봤지만, 이처럼 육지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제주 사람들은 바다거북을 ‘용왕의 사신’이나 ‘용왕의 딸’로 여겼다. 해녀들은 바다거북이 몸을 다쳐 육지로 올라오면 막걸리를 먹여 돌려보내는 등 정성을 다했다. 제주 바다는 바다거북의 고향이지만 제주 사람들은 잘 모른다. 수면 위로 힘차게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와는 달리 물속에 사는 바다거북은 좀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거북은 부화해서 바다로 나가면 육지로 올라오는 일은 거의 없다. 암컷은 산란 시기에 잠깐 올라오지만 수컷은 평생 바다에서 살다 생을 마감한다.
바다거북은 7종이 있으며 모두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발견되는 바다거북은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등 5종이다. 해양수산부는 바다거북의 개체 수 회복과 종 보전을 위해 제주에서 인공 증식에 성공한 바다거북을 방류하고 있다. 2020년 9월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위치추적기(GPS)를 달아 방류한 3년생 어린 푸른바다거북이 이듬해 1월 3847㎞나 떨어진 베트남 동쪽 해역에 도착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수년 사이에 제주 바다에서 바다거북이 폐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4일에는 서귀포시 안덕면 황우치해변에서 폐사한 붉은바다거북 성체가 발견됐다. 바로 전날에는 인근 대정읍 운진항에서 그물에 걸린 매부리바다거북이 해양경찰에 구조됐다. 지난 6월에는 황우치해변과 가까운 해안에서 어린 푸른바다거북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폐그물에 걸린 붉은바다거북. 제주 해경, 김병엽 교수 제공
올해 들어 제주 연안에서 좌초(폐사)한 바다거북류는 23마리에 이른다. 2021~2022년에는 60마리 이상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 김병엽 교수는 “부검해보면 해양쓰레기를 먹은 것들도 나온다”며 “고래 같은 경우는 주파수로 사물을 구분하지만 거북이는 이런 능력이 없어 비닐 같은 것을 해파리나 해초로 오인해서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해변에서 산란하는 바다거북도 최근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주에선
1998년 10월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10여마리 붉은바다거북의 새끼가 부화해 바다로 나가는 장면이 확인되는 등 2007년까지 네차례 산란이 목격됐으나, 그 이후로 발견되지 않고 있다. 모래 해안의 훼손과 관광객 증가, 해안가 인공조명 등이 원인인 것으로 환경단체들은 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바다거북이 바다와 육지 생태계 상황을 모두 알려주는 환경지표종인 만큼 해양생태계 파괴와 오염, 쓰레기 증가로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을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은 “갈수록 많은 바다거북이 폐그물에 걸리거나 어선에 부딪쳐 폐사한다. 좌초 원인 분석과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