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밀양박씨 정자공파 입도조 묘역. 제주도 제공
최근 10여년 동안 제주에 이주 열풍이 불기 이전 ‘이주민’들이 있었다.
제주에서는 처음 제주에 들어온 조상을 ‘입도조’(入島祖)라고 부른다. 제주의 입도조는 제주에 본관을 둔 고·양·부 3성을 제외한 성씨가 제주에 처음 들어와 정착해 제주에 뿌리를 두고 가문을 이룬 시조를 말한다.
제주는 사실상 한반도 등지에서 이주한 이주민 집단이 모여 만든 사회이다. 이들 가운데는 고려와 조선시대 정치적 박해를 받고 유배된 뒤 제주에 뿌리를 둔 이들도 있고, 1270년대 고려 때 원나라가 제주를 지배해 10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타난 성씨들도 있다. 상당수의 성씨는 해마다 입도조 묘역에서 묘제를 지내 문중의 우의와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제주도와 제주학연구센터는 “올해부터 남평 문씨 등 59개 입도조에 관한 ‘제주 입도조 현황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2월 1차 보고서를 낼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제주의 입도조 현황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추진하는 이 조사는 도내 성씨별·본관별 입도조와 묘역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제주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제주의 역사문화 가치를 만들어내자는 취지로 이뤄진 것이다.
도가 조사한 입도조 현황을 보면 1194년 남평문씨(남제공파)가 입도한 것이 처음이고 이어 청주좌씨, 광산김씨가 차례로 제주에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이를 위해 통계청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16세기 조선시대를 기준으로 전후 시기를 나눠 입도조 인물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왔다. 현재 조선 전·후기 입도조 112명을 파악해 성씨와 본관별 조사를 끝냈다.
제주학연구센터는 도와 함께 △도내 성씨·본관별 인구 통계 분석 △전근대 문헌사료 조사 △도내 주요 종친회 및 문중회 현장조사 △입도조별 족보 등 기록자료 수집 △도내 입도조 묘역 현장 조사 등을 벌였다.
오성율 제주도 문화체육국장은 “제주 입도조의 유·무형 자료를 체계적으로 조사해 제주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 제주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라며 “내년에는 인동 장씨 등 53개 입도조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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