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등이 지난달 3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해군기지 건설 관련 인권침해와 관련해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있었던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공권력의 인권유린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와 해군의 공식 사과와 진상조사 요구에는 그동안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로 나뉘었던 단체들이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군기지 유치를 주도했던 ‘제주 민군복합항 강정추진위원회’는 10일 성명을 내고 “추진위는 반대쪽으로부터 욕설을 들으면서도 책임감과 마을 발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기지가 건설될 때까지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해군의 행태를 보면 약속은 지키지 않았고, 마을의 경제적 효과도 느낄 수 없다. 마을 공동체만 파괴되고, 해군만 기지 건설 목적을 달성했을 뿐이다. 주민 갈등 해소와 공동체 회복을 위해 해군이 무엇을 해왔느냐며”라며 비난했다.
강정마을회와 이 마을 노인회, 청년회, 부녀회 등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해군과 국정원, 기무사, 경찰, 해경, 제주특별자치도 등을 조사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더 많은 탈·불법과 인권침해 사실들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해군은 스스로 탈·불법과 여러 가해 사실들을 밝히고, 주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제주도와 도의회도 당시 도정의 탈·불법과 인권침해 가담 및 방조 등에 대해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등도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여년 동안 강정주민들의 인권은 물론 민주주의 기본원칙마저 철저하게 파괴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해군뿐 아니라 국정원, 경찰, 제주도청, 서귀포시청에 이르기까지 공기관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한 사례들이 나타났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주민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국가의 존재 자체가 의문이 들 정도이다”며 정부의 사과와 진상조사, 관련자 문책, 제주도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이 지난해 7월 국제관함식 개최와 관련한 주민투표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서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사건 심사결과’를 보면, 해군기지 건설과 반대 주민들을 제압하기 위해 국정원, 해군, 경찰, 제주도 등 유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경찰에 의한 반대 주민 폭행, 천주교 종교행사 방해, 행정대집행 과정의 인권침해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반대단체들은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국가 공권력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인권침해의 종합전시장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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