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보호단체 새와 생명의 터 나일 무어스 박사가 27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비자림로 일대 조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확장공사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제주 비자림로 공사 구간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붉은해오라기를 비롯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조류들이 발견돼 공사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류보호단체 ‘새와 생명의 터’ 대표 나일 무어스 박사는 27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19일 비자림로 도로변 일대 조류 조사 결과 46종의 조류가 비자림로 도로 양쪽 500m 구간의 조사구역에서 발견됐고, 이 가운데 6종은 국내 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인 국가보전 관심종이라고 밝혔다.
나일 대표는 조사 첫날인 지난 10일 국제적 관심 대상이자 천연기념물인 원앙 수컷 한 마리를 발견했고, 지난 11일과 14~17일에는 붉은해오라기 울음소리를 확인했으며, 지난 15일에는 맨눈으로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들 붉은해오라기는 비자림로에서 50~700m 떨어진 곳에 있으며, 둥지 근처의 번식 쌍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붉은해오라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위기종으로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국내에서도 멸종위기종 2급으로 분류돼 있다. 전 세계에 600~1700마리만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붉은해오라기의 국내 첫 번식 기록은 지난 2009년 6월 제주시 아라동에서 부화한 것으로 돼 있다.
이와 함께 붉은배새매의 비행과 조사지역 전 구간에서 두견이가 관찰됐으며, 한 번에 12마리 이상의 수컷이 기록되기도 했다. 팔색조는 조사지역 내 오름에 있는 숲에 국한돼 높은 밀도로 발견됐고, 긴꼬리딱새도 발견됐다. 이들 조류는 국제적 관심 대상이나 취약종, 준위협종이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다.
나일 박사는 조사구역에서 관찰된 다수의 붉은해오라기와 두견이, 팔색조, 긴꼬리딱새는 비자림로 인근의 산림이 이들 4종의 서식지임을 분명하게 확인시켰다고 밝혔다.
조류보호단체 새와 생명의 터 나일 무어스 박사
나일 박사는 “도로를 확장하면 이들 외에도 다른 조류들이나 비조류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 또한 더 소실될 것이며, 도로에 인접한 250m 밖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이 가중될 것이다. 특히 5~8월의 번식기에 숲 내부의 오솔길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와 식생을 베어내는 것은 교란을 가중해 둥지와 새끼들이 버려지고, 팔색조와 긴꼬리딱새의 지역 개체군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일 박사는 “가장 저비용의 환경친화적 선택지는 기존의 도로 너비를 유지하면서 과속방지턱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저속 주행을 유도하는 것이며, 표지판을 세워 운전자들에게 비자림로가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멸종위기야생동물의 서식지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비자림로의 멸종위기종 개체군을 유지하기 위해 공사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자림로는 지난해 6월 제주도가 대천~송당 간 2.9㎞ 구간의 왕복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에 들어가면서 삼나무숲 훼손 논란이 일자 그해 8월 공사가 중단됐다. 이어 지난 3월 재설계 끝에 공사에 다시 들어갔으나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조치 명령 요청’에 따라 지난 5월 월 말 공사를 중단하고 법정 보호종 및 희귀식물 등의 서식 여부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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