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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고통 속에 산 4·3 경험자들 ‘후유장애인’ 됐다

등록 2020-03-30 14:12수정 2020-03-30 22:33

4·3중앙위원회, 희생자 90명·유족 7606명 결정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앓는 희생자도 포함
제주4·3 유족들이 제주4·3평화공원에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각명비를 찾아 추모하고 있다.
제주4·3 유족들이 제주4·3평화공원에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각명비를 찾아 추모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4·3추념식장에서 온 국민을 울린 4·3 사연의 주인공 김연옥(79)씨의 조부모, 부모, 오빠와 남동생 등 6명은 1949년 1월22일 서귀포시 정방폭포 부근에서 군인들에게 집단학살됐다. 마지막으로 끌려가는 아버지가 눈앞에서 발로 밟히고 몽둥이에 맞는 모습을 본 당시 8살 김씨를 누군가가 잡아챘고, 김씨는 돌담에 머리를 부딪쳐 기절했다.

고아가 된 김씨는 살아났지만, 평생 진통제를 달고 산다. “지금도 통증으로 잠이 들지 못하는 날이면 눈앞에서 끌려가던 아버지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는 김씨의 머리에는 아기 주먹만 한 움푹 팬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 도쿄 아라카와구에 사는 김정아(75)씨는 4·3 때인 1948년 11월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집에 침입한 무장대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희생됐다. 갓 두돌을 넘긴 김씨는 팔과 가슴, 귀를 심하게 다쳤다. 당시 다친 흔적이 온몸에 남아 있는 김씨는 몇 차례나 수술했지만, 오른쪽 귀로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들은 제주4·3중앙위원회(위원장 정세균 총리)가 지난 27일 제주4·3 희생자 및 유족 결정안을 최종 심의해 통과시킨 7696명(희생자 90명, 유족 7606명)에 포함됐다. 이번에 희생자로 인정된 90명 가운데 후유장애자 31명과 수형자 1명 등 32명은 ‘생존 희생자’로 확인됐다. 제주4·3특별법에는 ‘4·3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 후유장애가 남거나 수형자’들을 희생자에 포함하고 있다.

이들이 희생자로 인정받는 데는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조정희 연구원의 도움이 컸다. 조 연구원은 유족 신고차 도청을 방문했던 김정아씨를 직접 상담을 통해 후유장애자 신청을 하도록 했고, 김연옥씨도 4·3 행사장에서 만나 김씨의 피해를 조사하면서 여러 차례 만나 후유장애자 신청을 지원했다.

이번 생존 희생자에는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에서 1년 동안 수형 생활을 한 김정추(90·부산 거주)씨와 당시 초등학교 교장이던 부친의 희생 장면을 목격했고, 나이가 들면서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받아온 송정순(90)씨도 포함됐다.

후유장애인이나 수형자 등 생존 희생자로 결정되면 지방비에서 생활보조비(월 70만원)와 의료비 등을 지원받게 된다.

이번 제주4·3중앙위원회의 희생자 및 유족 심의·결정으로 지난 2002년 11월 처음 희생자 인정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희생자 1만4532명(사망 1만422명, 행방불명 3631명, 후유장애 195명, 수형자 284명)과 유족 8만451명이 인정됐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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