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전국 최고 수준의 땅값 상승률을 기록하던 제주지역 땅값이 개발사업 부진과 주택 미분양 물량 적체 등 경기침체가 지속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토교통부의 ‘2020년 2분기 전국 지가변동률 및 토지거래량’ 동향과 제주도의 집계 등을 종합하면, 올해 2분기 제주지역 땅값은 1분기 대비 0.62% 떨어져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기간 전국 땅값은 0.79% 상승했다.
제주지역 지가변동률(전분기 대비)은 지난 1분기에도 -0.94%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2분기(-0.14%)에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14개월째 하락세다. 지난해 1분기 이후 매 분기 연속 땅값이 떨어진 곳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제주도가 유일하다.
제주지역 땅값이 떨어지면서 올해 2분기 전국 시·군·구별 땅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서귀포시(-0.66%)이고, 그다음은 제주시(0.56%)로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제주지역의 땅값은 인구의 순유출이 시작된 2018년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제공
제주지역의 땅값 상승률은 이주민의 제주 이주 열풍과 같이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지역에 순유입된 인구는 2015년 1만4257명, 2016년 1만4632명, 2017년 1만4005명 등 3년 동안 한 달 평균 1200여명 가까이 제주도로 들어왔다. 이 시기 제주도내 땅값 상승률도 2015년 7.75%, 2016년 8.33%, 2018년 4.99%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해 ‘부동산 열풍’이 휩쓸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제주지역 인구가 211명이 순유출되는 등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미분양주택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도가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 5월 1126채에서 지난 5월에는 1337채로 18.7% 증가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국토부는 코로나 19 영향에 따른 관광객 감소와 매수심리 위축, 지역 내 개발사업의 부진 등 지역경기 침체, 주택 미분양 적체 등이 땅값 하락세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제주지역 전문가들은 영어교육도시와 혁신도시 등 대규모 인구 유입 계기가 됐던 개발사업이 끝나고, 코로나19에 따른 관광산업의 전반적인 위축 등 경기침체가 지속하면서 땅값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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