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 선작지왓 일대에 인위적으로 쌓은 돌탑처럼 보이는 용암돌탑들이 튜물러스로 만들어진 독특한 화산지형으로 조사됐다. 튜뮬러스는 용암이 흐르면서 먼저 식은 용암의 표층이 그 아래를 흐르는 용암에 의해 밀려 올라가는 용암상승작용 때문에 봉분 형태로 솟아오른 독특한 화산지형을 말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해발 1500~1700m 선작지왓 일대에는 140여곳의 용암상승작용에 의한 튜뮬러스가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이들 지형은 주변에 견줘 평균 5m 이상 높고 최고 15m까지 솟아있기도 하며, 이 가운데 30여곳은 돌탑과 같은 전형적인 용암돌탑의 형태를 갖는다. 한라산 영실코스에서 윗세오름을 오를 때 보이는 선작지왓에서 이처럼 사람의 손길로 쌓은 것처럼 보이는 돌탑들이 튜물러스들이다. 그동안 튜뮬러스는 용암류 앞쪽의 전진 속도가 늦어져 뒤에서 밀려오는 용암에 의해 그 표면이 부분적으로 밀려 올라가는 현상으로, 경사도가 1~1.5도 정도 되는 제주도 해안의 완만한 지대에 주로 분포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세계유산본부가 조사한 결과 선작지왓 일대 튜물러스 및 이와 관련된 지형들은 한라산 고지대에 분포하는 독특한 사례이며, 경사도가 8~9도로 해안지대보다 상대적으로 급한데도 튜물러스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이러한 독특한 현상은 선작지왓 일대의 용암이 저지대 해안의 용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성이 커서 고지대의 경사도가 급한데도 잘 흘러가지 못하고 밀려 올라가는 용암 상승 작용을 겪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