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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제주 하천 정비사업이 원형 파괴…전면 재검토” 촉구

등록 2021-02-05 14:05수정 2021-02-05 14:15

“다른 지방과 다른 지질·생태·경관·문화적 가치”
제주시 오라동사무소 부근에서 남쪽으로 400여m 구간에서 진행하는 하천 정비사업으로 ’한천’의 원형이 훼손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제주시 오라동사무소 부근에서 남쪽으로 400여m 구간에서 진행하는 하천 정비사업으로 ’한천’의 원형이 훼손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제주도가 홍수 피해 방지를 명분으로 추진하는 하천 정비사업으로 하천 고유의 모습이 파괴되고 있어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5일 성명을 내어 “다른 지방의 강과는 전혀 다른 지질, 생태, 경관, 문화적 가치를 지닌 제주도내 하천 가운데 상당수가 하천 정비사업으로 원형이 파괴됐다”며 “제주도 당국은 한천 정비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제주시의 주요 하천인 ‘한천’ 정비사업을 사례로 제시했다. 이 단체는 “오라동사무소 부근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현대자동차 대리점까지 400여m 구간에 대해 정비사업을 벌이며 하천 양쪽에 석축을 쌓는 공사를 진행해 고유의 모습이 파괴됐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한천은 무수천과 함께 산북(한라산 북쪽) 지역에서 가장 큰 하천으로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서 발원해 제주 시내를 관통하는 하천으로 경관과 생태가 훌륭하지만, 이번 정비사업으로 상당 부분 원형이 훼손됐다. 이 구간만이 아니라 한천은 하천 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구간별 쪼개기 방식으로 정비공사를 하면서 본래 모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 하천 정비사업을 벌이는 곳에서 1㎞ 남짓 떨어진 ‘한천’의 모습.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현재 하천 정비사업을 벌이는 곳에서 1㎞ 남짓 떨어진 ‘한천’의 모습.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이 단체는 또 “홍수 피해 예방을 명분으로 한 하천 정비사업은 제주 하천 파괴의 가장 큰 주범이다. 그러나 홍수 피해 근거나 자료는 매우 빈약하다. 사실상 공사를 위한 공사, 토건 자본을 위한 토건 공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제주도는 하천정비 공사로 원형 훼손 논란이 일자 지난 2005년 8월 생태계와 경관 훼손을 최소화하는 등 ‘자연 친화적인 하천 정비사업 추진 방침’을 발표했으나, 지금은 이 지침이 유명무실해졌다. 행정기관은 하천 바닥을 건드리지 않고 공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하천 고유의 모습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홍수 피해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하천 정비사업 예산을 삭감하고, 제주도의 하천 특성에 맞는 하천 정비지침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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