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학살된 뒤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4·3 희생자 유해 3구가 31일 오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한 감귤원에서 발굴됐다.
제주4·3 당시 학살된 뒤 암매장된 4·3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3구가 발견됐다.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도는 31일 오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이른바 우구리동산에서 ‘4·3 희생자 유해발굴 현장 보고회’를 열고 4·3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3구를 사건 발생 73년 만에 발굴했다며 현장을 공개했다.
현장은 감귤원에 설치된 비닐하우스 사이를 따라 들어간 감귤원 한족 귀퉁이에 있었다. 앞서 4·3평화재단과 4·3연구소는 이 마을 강군섭(79)씨로부터 어릴 때부터 현재 발굴지에 4·3 당시 희생된 유해 4구가 묻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는 제보를 받고 발굴작업을 벌여왔다. 강씨는 이들 유해가 자신의 일가족 7명이 몰살당한 이 마을 강원길(당시 48)씨와 다른 가족인 김계화(당시 32)와 김씨의 아들 강홍구(당시 11), 신원을 알 수 없는 1구가 포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씨는 강원길씨의 먼 친척이 된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들 희생자가 초토화가 한창이던 1948년 12월21일 우구리동산 토굴과 움막에서 피신 생활을 하다 토벌대에 희생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중산간 지역에 있는 가시리는 4·3 당시 토벌대의 초토화로 최소한 421명이 희생된 대표적인 집단학살지이다.
이번 유해가 발굴된 장소는 4·3평화재단과 4·3연구소가 4·3 희생자 암매장지로 추정되는 7곳 가운데 가장 먼저 유해발굴 작업을 한 곳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오임종) 주관으로 제례를 봉행하고 현장 시굴조사를 담당했던 박근태 일영문화유산연구원장의 발굴 현황 설명과 이숭덕 서울대 법의학 교수의 유전자 감식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서울대 법의학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유전자 감식은 종전 친부모와 자식 관계만 판별이 가능했던 검사 방식보다 향상돼 방계 6촌까지 판별이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좌남수 도의장도 이날 현장을 찾아 4·3 희생자 유해발굴 사업에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에는 제주4·3평화재단과 4·3연구소, 유족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해발굴에 앞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해발굴을 알리는 개토제를 진행했다.
4·3평화재단은 발굴된 유해에 대한 시료를 채취한 뒤 유전자 감식을 통해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시료 채취 뒤에는 유해를 수습하고 제주4·3평화공원 내 유해봉안관에 안치한 뒤 유족이 확인되고 요청할 경우 발굴된 유해를 인계할 방침이다.
제주4·3 유해발굴 사업은 지난 2006년부터 제주4·3연구소의 기초 조사와 현장 조사 등을 제주공항 내 집단학살된 유해 384구 등 모두 405구의 유해를 발굴해 133구의 신원을 확인한 바 있다.
4·3 행방불명자 유해발굴사업은 지난 2003년 총리실 산하 제주4·3위원회가 확정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의 대정부 7대 건의한 가운데 하나인 ‘집단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 지원사업’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이번 유해발굴 사업은 2018년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