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문주에서 제주작가회의 주최로 4·3 시화전 개막식이 열려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지난 2월 제주4·3 유족들의 숙원이던 4·3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어느 때보다 4·3 추모행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73주년 4·3추념식을 하루 앞둔 2일 제주지역에서는 4·3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각종 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이날 오전에는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제주시 도련1동과 동회천마을 내 위령공원에서 마을별 유족회 주최로 4·3희생자 위령제를 가졌다. 이들 마을은 해마다 4·3 추념식 하루 전날 마을 내에서 자체적으로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령행사를 열어왔다.
제주작가회의 주최로 이날 오전 11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문주(정문 기둥)에서 진행된 제주4·3 시화전 개막식에는 4·3 당시인 3살 때 등에 업혀 산으로 도피했던 경험을 가진 김성주(77) 시인이 직접 시를 낭송해 눈길을 끌었다. 함덕해변가에서 벌어졌던 집단 학살에서 아버지가 희생된 김정순 시인도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무자년에게’라는 시로 담아내 낭독했다.
김한결 무용수의 춤과 함께 허영선 시인의 시 ‘법 앞에서’를 단체 낭독한 뒤 작가들은 ‘미얀마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제주작가회의 선언’을 발표했다. 작가들은 선언에서 “최근 미얀마에서 자행되는 민간인 학살은 우려 상황을 넘어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인권유린이자 범죄행위이다. 미증유의 국가 폭력을 경험했던 우리는 세 손가락에 민주와 저항, 선거를 담은 미얀마 민중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전폭적인 연대를 보낸다”고 밝혔다. 또 이날 탐라미술인협회와 4·3미술제준비위원회는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와 포지션 민에서 4·3미술제 ‘어떤 풍경’ 개막전을 열었다.
제주시 한림읍 한림여중에서는 제주와 전남지역 학생들이 공동으로 ‘제주4·3-여순10·19, 손잡고 함께 가는 평화·인권교육’ 수업을 공동진행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4·3을 평화인권 교육과 연대의 장으로 활용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제주도교육청은 제주와 전남의 교사·학생들이 함께하는 ‘제주4·3-여순10·19 평화·인권교육 공동수업’을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2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한림여중 도서관에서는 제주와 전남 학생·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수업을 진행했다. 양쪽의 사건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의미 등을 공유하고, 4·3유족이 평화·인권 명예교사로 나서 4·3의 경험을 생생하게 알려줬다. 이날 오후에는 일본군 전적지와 4·3 유적지 답사와 문학강연 등이 이어졌다.
대학가에서도 4·3주간을 설정해 추모에 나서고 있다. 제주대와 제주한라대, 제주관광대 등에도 분향소를 설치하고 진상규명운동사 사진전이 마련됐다. 또 기존의 추모방식에서 벗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분향소별 추모 사진 공유와 4·3 알리기 릴레이 등을 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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