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교구가 4일 ‘도민 전체’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원희룡 지사를 향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장(주교)은 4일 부활 대축일 사목서한을 통해 “제주의 미래를 위한 현 제주도정의 정당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며 “절차적으로 정당하게 이루어진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를 행정권자가 쉽게 무시해 버리는 모습은 현대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문 주교는 “다음 세대를 위해 제주 환경자원 보존을 고려하는 장기적인 안목없이 단기적인 경제성과 일자리에만 매몰됐다”며 “무분별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파괴로 인해 아름다운 중산간과 해안 보존 지역이 훼손돼고 있다”고 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위원회(위원장 황태종 신부)도 지난달 29일 제2공항 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생태위원회는 “제주도의 행정가가 지방행정보다는 중앙정치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역의 중대한 현안을 지역민의 의사가 아닌 중앙정치의 득실을 따져 결정한다면 분명히 직무를 남용하는 이다. 행정은 공익을 위한 공무이지 개인의 사적인 야망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며 원 지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원 지사는 제2공항 건설 추진에 변함없다는 태도다. 그는 지난달 10일 “성산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제2공항 입지에 대한 지역주민 수용성이 확보된 것으로 이해한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며 국토교통부에 추진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보냈다. 지난 3일에도 청와대에 정상 추진 건의문을 보냈다.
한편 제주도와 도의회가 합의하고,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월 실시한 제2공항 건설 관련 여론조사 결과 ‘도민 전체’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우세했다. 다만 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높게 나왔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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