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어교육도시 곶자왈 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포클레인을 이용한 작업로를 개설하면서 종가시나무 등이 잘려 버려져 있다. 곶자왈사람들 제공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이 일부 훼손돼 시민단체들이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올레 11코스가 지나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 곶자왈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소나무재선충 방제작업을 하려고 포클레인 등의 장비가 동원된 탓에 식생이 파괴됐다. 업체가 감염목 60여그루를 베어 옮기는 과정에서 포클레인과 트럭이 다닐 수 있도록 작업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제주곶자왈(대표 김정순)이 현장을 확인해보니 종가시나무와 단풍나무 등이 잘려나갔다. 하부 식생은 장비 바퀴에 깔려 형체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작업 과정에서 주변 암석을 깨고 함몰지를 메우는 평탄화 작업을 하면서 궤(작은 굴)의 입구가 막혔다.
앞서 지난달에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덕천리, 김녕리, 동복리 등 동부지역 곶자왈 방제 과정에서 40여곳이 넘는 제주고사리삼 자생지가 훼손됐다. 제주고사리삼은 멸종위기종 식물이다.
제주시 조천-함덕 곶자왈 내 훼소된 서식지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종인 제주고사리삼. 곶자왈사람들 제공
곶자왈의 식생과 자연이 훼손되자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은 제주도에 훼손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26일 성명에서 “도는 곶자왈에서 재선충 방제 때 기존 작업로를 이용해 포클레인 등 장비를 사용한 방제를 허용하고 있지만 추가 작업로를 만들면서 곶자왈 훼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방제 매뉴얼을 재검토해 곶자왈 내에서의 장비 사용 금지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정순 대표는 “행정시의 방제업무 담당자가 바뀌면 훼손이 반복해서 발생한다. 현재 장비사용 금지가 권고사항이다 보니 곶자왈에서 작업할 경우 작업로에서 10여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인력으로 방제해야 하는데 장비를 동원하는 경우가 있다. 가능한 지역에서는 최대한 인력 방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널리 분포된 암석지대에 형성된 숲인 곶자왈은 제주의 지하수 함양지대이자 동식물 생태계의 보고로 제주도의 ‘허파’로 불린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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