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경면에 거주하는 김아무개(55)씨는 2013년 12월 제주도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전기차를 샀다. 보급 초기여서 4500만원짜리 차량 구매에 23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8년이 지난 현재, 김씨 차는 한번 충천으로 주행가능거리가 100㎞에도 채 못미친다. 배터리 성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비스센터에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배터리가 비싸 교환할 바에는 차를 새로 사는 편이 낫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제주도의 전기차 정책이 보급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보급 초기 제주도는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차량구매에 2300만원, 충전기구매에 80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보조금은 차츰 줄어들어 2018년 최대 1800만원으로 조정됐고, 올해는 차종에 따라 최대 12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박원철 제주도의회 의원은 8일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위원회에서 “초창기 모델인 기아 쏘울이나 르노삼성 에스엠3 등은 1회 충전으로 100㎞도 가지 못해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왕복하지도 못한다”며 “전기차 제조회사들이 차만 팔고 관리를 하지 않는 데 대해 제주도가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먹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승아 의원도 제주도가 제출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전기차 보급 정책과 관련해 “제주도가 ‘2030 탄소 없는 섬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전기차 점유율을 75%까지 늘리겠다고 했는데 실현 가능한가. 보급 위주의 정책보다는 보급의 내실화에 대한 개선 등 전기차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문제는 제조회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제주도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초반에 기술적인 한계로 배터리 열화 현상(성능 저하) 우려가 많았다. 이런 우려 고려해서 전기차 배터리 보증기간을 일반 내연기관 차와 비슷하게 설정해서 판매해 왔다”며 “보증기간이 이미 지났다면 완성차 업체로서는 별도로 지원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 전기차 등록 대수(렌터카 포함)는 2만1285대이다.
허호준 박종오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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