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무덤을 현장보존하기 위해 경찰이 무덤에 비닐을 덮었다. <함께 꾸는 꿈-박원순 팬클럽> 제공
고 박원순 전 시울시장의 무덤을 훼손한 20대 남성이 붙잡혔다.
경남 창녕경찰서는 2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무덤을 훼손한 혐의로 ㄱ(29·무직)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ㄱ씨는 지난 1일 밤 경남 창녕군 장마면 장가리 동장가마을 뒷산에 있는 박 전 시장의 무덤을 야전삽으로 파헤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시장 무덤에는 깊이 50㎝와 30㎝ 정도의 구덩이 2개가 생겼지만, 유골함이 드러나지는 않은 상태이다.
경찰 조사 결과, ㄱ씨는 1일 저녁 6시께 경남 밀양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창녕군 남지버스터미널로 이동한 뒤, 13㎞가량 떨어진 박 전 시장 묘소까지 걸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박 전 시장 무덤을 훼손한 뒤 이날 밤 11시52분께 경찰에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자진신고했다. 긴급출동한 경찰은 2일 새벽 0시35분께 현장에서 ㄱ씨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는 현장에서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붙잡혔고, 단독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이유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는데 ‘성추행범이 편안히 누워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라는 말도 했다. ㄱ씨의 정신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일 오전 1차 현장감식을 하고, 무덤에 비닐을 덮어서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 ㄱ씨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는 이르면 2일 밤 결정된다. 형법은 ‘분묘를 발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9일 박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유골은 같은달 13일 고향인 경남 창녕군의 선영에 안장됐다. 박 전 시장이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고 유언했기 때문에, 그의 무덤은 부모 무덤 아래쪽에 조그맣게 조성됐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한겨레 영남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