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부산 남구 한국남부발전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가 한국남부발전의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갑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발전 공기업인 한국남부발전이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작업허가서 없이 염산탱크 세척 작업에 나서게 하는 등 불법 지시와 직장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와 남부발전 등의 말을 종합하면, 남부발전 경상정비 분야 하청업체인 한국플랜트서비스 소속 노동자 이아무개(47)씨는 지난달 21일 새벽 6시50분께 부산 사하구 감천동 한국남부발전 부산발전본부의 높이 8m가량인 건물 3층에서 뛰어내렸다. 이씨는 허리와 발목 등을 크게 다쳐 근처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중상해를 입어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부산 남구의 한국남부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노조는 “이씨가 지속적인 남부발전의 불법적 지시와 막말·폭언 등 인격적 모독에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사전 협의된 작업사항이 무시된 채 원청 감독자가 요구하는 작업을 우선 진행해야 하거나, 원청 소유 사택의 에어컨 정비 작업 지시를 이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에 항의하면 모욕적인 말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직장 동료는 “아직도 작업허가서 없이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지시하면 불법파견이라고 말해도 바뀌는 것이 없었다”고 했다.
병원에서 치료 중인 이씨는 아내를 통해 “정상적인 업무지시를 무시하고 하청과의 계약을 목줄 삼아 위험한 작업장에 들여보내고 있다.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나가야만 세상이 바뀌겠느냐”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노조는 남부발전에 △사과와 갑질 관련자 징계 △직접 지시와 불합리한 계약 내용 근절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리화수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은 “고 김용균씨 참극 이후에도 원청의 갑질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남부발전은 제대로 된 작업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우 한국남부발전 사장은 입장문에서 “갑질 신고 등이 없어 사고로 판단했는데, 4주 뒤 갑작스러운 갑질 표명에 당혹스럽다”며 “변호사·노무사 등 외부 전문가 집단을 꾸려 철저히 조사하겠다. 사실이 확인되면 엄정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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