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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짠 ‘핫플’에서 공부하다 누워서 쉬고… 버스킹도 하고…

등록 2021-11-08 04:59수정 2021-11-08 08:18

고교학점제 앞둔 부산 강서고
수업 없는 학생들 머무를 수 있는
전용 쉼터 ‘홈 베이스’ 시설 마련
설계부터 학생 의견 적극 반영
부산강서고 3층 홈베이스에서 1학년 학생들이 내년 수학여행 코스를 발표하는 ‘수학여행 배틀트립’ 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부산강서고 3층 홈베이스에서 1학년 학생들이 내년 수학여행 코스를 발표하는 ‘수학여행 배틀트립’ 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와~.”

지난 5일 오후 2시께 부산 강서구 대저동 강서구청 근처 부산강서고 3층에 도착하니 갑자기 박수 소리와 함성이 들렸다. 1학년생들의 전용 쉼터로 개조돼 ‘홈베이스’라고 불리는, 사물함들이 있던 1학년 교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내년 수학여행 코스를 발표하는 11개 팀이 발표를 했는데, 이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학생들이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한 결과였다. 이 학교 1학년 조영준군은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는데 친구들과 함께하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부산강서고 3층 홈베이스에서 1학년 학생들이 내년 수학여행 코스를 발표하는 ‘수학여행 배틀트립’을 보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
부산강서고 3층 홈베이스에서 1학년 학생들이 내년 수학여행 코스를 발표하는 ‘수학여행 배틀트립’을 보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

학생들 사이 핫플레이스(가장 인기 있는 장소)로 떠오른 홈베이스는 열린 공간이다. 교실과 가까운 실내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여럿이 함께 어울리기에도 편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내 구조와 인테리어가 강의형 교실과는 크게 다르다. 방과후 또는 점심시간에 소규모 공연과 버스킹이 가능하고, 신발을 벗고 드러눕거나 기댈 수 있는 마루가 있다. 여럿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 모둠별 모임이 가능한 ㄷ자형 의자 등도 있다. 와이파이도 터지고,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도 있다.

6년 전 꽤 많은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이 학교는 최근 홈베이스 시설을 추가로 마련했다. 이수한 교장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수업이 없는 학생들이 머무르고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 필요한데, 공간적 제약이 많아서 공간혁신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강서고는 올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됐고 내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시작한다.

부산강서고 4층 홈베이스에서 2학년 학생들이 쉬는 시간 마루에 누워 있다.
부산강서고 4층 홈베이스에서 2학년 학생들이 쉬는 시간 마루에 누워 있다.

현재 고교를 졸업하려면 과목별 수업시간(단위수)을 채워야 하지만, 2023년 1학년부터 시작해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대학처럼 학생들이 수강 과목을 선택하고 기준 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한다.

학교 공간혁신은 학습·놀이·휴식의 균형이 잡힌 미래학교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학교 쪽은 설계 단계부터 학생·교사·학부모가 참여하는 티에프(TF)를 만들었고 전교생 대상 아이디어 공모전도 열었다. 학생회는 대의원회를 수시로 열어 설계도를 만들었고, 가구·의자 모양과 색깔 등 섬세한 부분까지 목록을 만들어 티에프에 제출했다. 부산강서고 학생회장인 2학년 하다은양은 “선생님들이 짠 시나리오대로가 아니라 학우들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돼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부산강서고 4층 홈베이스에서 2학년 학생들이 쉬는 시간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부산강서고 4층 홈베이스에서 2학년 학생들이 쉬는 시간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너무 자유로운 공간이 생기면 학업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은 아닐까. 하양은 “홈베이스가 생기고 나서 공부할 때 공부하고 쉴 때 쉬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됐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긍정적이다. 공간혁신 실무자인 손병기(40) 교육과정부 부장교사는 “교사와 학생이 친밀도를 넘어서 학업에서도 상호 신뢰가 더 쌓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부산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2019년부터 올해까지 초·중·고 189곳에 학교당 5천만~4억원씩 모두 274억원을 내려보내며 공간혁신을 독려했다. 내년엔 자체 예산 171억원을 107곳에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부산의 전체 초·중·고 617곳 가운데 296곳(47.9%)이 공간혁신을 이루게 된다.

공간혁신 대상 학교는 학교자율공간혁신, 독서환경개선, 첨단미래교실, 예술공감터, 교무실개선, 고교학점제, 초등영어놀이터 등 7개 유형으로 나눠 공모해서 교사,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한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학교 공간은 학교 구성원이 주체가 되어 교육공동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변화된 학교 공간에서 다양한 교육을 통해 꿈과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부산강서고 학생들이 만든 홈베이스 모형과 도안.
부산강서고 학생들이 만든 홈베이스 모형과 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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