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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플라스틱 덩어리’ 아이스팩 대신 얼린 생수병 넣어봤어요!

등록 2021-11-09 15:34수정 2021-11-09 15:56

환경운동연합, ‘생수병을 보냉재로’ 실험 해보니
48시간 경과, 얼린 생수가 내부온도 1도 더 낮게 나와
무게·가격 문제는 ‘보냉용 생수병’ 제작으로 해결 가능
젤아이스팩 대신 얼린 생수병을 보냉재로 사용한 냉동식품 택배상자.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의 실험 결과, 얼린 생수병의 보냉 능력이 젤아이스팩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제공
젤아이스팩 대신 얼린 생수병을 보냉재로 사용한 냉동식품 택배상자.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의 실험 결과, 얼린 생수병의 보냉 능력이 젤아이스팩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제공

냉동식품을 택배로 보낼 때마다 배달시간 동안 식품이 녹지 않도록 택배상자에 함께 넣는 젤아이스팩은 환경오염 때문에 함부로 버릴 수도 없는데, 이것을 손쉽게 대체할 보냉재는 없을까?

경남 통영에서 수산물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유호근(46)씨는 지난해부터 이런 고민을 했다. 젤아이스팩은 가루 형태의 고흡수성 폴리머(SAP)에 물을 부어 만든다. 고흡수성 폴리머는 열을 흡수하는 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는 보냉재로 사용할 수 있지만, 물에 녹지 않고 자연분해에 수백년이 걸리는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환경운동연합 회원인 유씨는 ‘얼린 생수병으로 젤아이스팩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페이스북에 썼고, 이 생각은 페이스북 친구인 지욱철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의장에게 전달됐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은 ‘생수병을 보냉재로 쓰기 실험’으로 올해 경남도 리빙랩 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경남도 리빙랩 사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하려는 시민단체에게 실험비용을 지원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사회혁신 실험사업이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은 경남도와 통영시로부터 각 100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 5월 실험에 들어갔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은 9일 “보냉재 용도로 얼린 생수병이 젤아이스팩보다 기능이 뛰어나고 소비자 만족도도 높다는 것이 실험 결과 확인됐다. 냉동식품 택배상자에 보냉재로 넣는 젤아이스팩을 얼린 생수병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했다.

‘생수병을 보냉재로 쓰기 실험’은 얼린 생수병의 보냉 능력 검증, 얼린 생수병을 받은 소비자 반응 등 두가지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를 보면, 택배상자 하나엔 젤아이스팩을 넣고 또다른 택배상자엔 얼린 생수병을 넣어 24시간 뒤 상자 내부 온도를 측정했더니, 젤아이스팩을 넣은 상자는 21.0도, 얼린 생수병을 넣은 상자는 19.4도였다. 48시간 뒤 다시 상자 내부 온도를 측정했더니, 젤아이스팩을 넣은 상자는 22.1도, 얼린 생수병을 넣은 상자는 22.0도였다. 일반적으로 택배는 48시간 이내에 배달되기 때문에 얼린 생수병의 보냉 능력이 젤아이스팩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린 생수병을 보냉재로 넣은 택배 상품을 받은 소비자 2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응답자의 98.4%(243명)가 젤아이스팩 대신 얼린 생수병을 사용한 것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96.8%(239명)은 얼린 생수병을 사용한 택배 상품을 계속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심지어 93.1%(230명)은 생수병에 든 물을 버리지 않고 마시겠다고 답했다.

김혜원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대행은 “기존 생수병을 얼린 것은 젤아이스팩보다 무겁고 크며 30원 정도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택배상품 보냉재 용도에 맞게 생수병을 만들면 무게와 크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젤아이스팩에 50원 정도 폐기물부담금이 부과되는 2023년부터는 얼린 생수병이 가격 경쟁력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예리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 리빙랩 담당자는 “다음달 실험보고서 작성이 완성되면 이를 분석하고 정책에 반영해서, 내년엔 물류 등 관련 분야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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