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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욕설시위에 평산마을 어르신 10명 병원행…“삽시다, 좀”

등록 2022-05-30 16:17수정 2022-05-31 16:04

문 전 대통령 자택 근처 욕설시위
경찰 “소음 신고만 100건 넘어”
고령 주민 불면증·스트레스 치료
“농번기라 바쁜데 소음까지 고통”

욕설 퍼붓는 1인 시위자 등 대상
31일 모욕 혐의 고소장 접수할 듯
“일상 파괴는 물론 주민 생존 문제”
30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정착한 문재인 전 대통령 집 근처에 한 보수단체의 방송차가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30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정착한 문재인 전 대통령 집 근처에 한 보수단체의 방송차가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30일 오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착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48가구 10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문 전 대통령 집에서 직선으로 80m가량 떨어진 도로에 주차한 차량 확성기에서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과 자유진리정의혁명당이라는 펼침막으로 감싼 차량 외부는 “역적” “총살”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원색적인 비난 문구가 적힌 패널들로 빼곡했다.

차량 맞은편 도로 울타리에도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펼침막 3~4개가 걸려있었고, 거꾸로 세워놓은 문 전 대통령의 등신대도 보였다. 순찰하던 양산시 공무원들이 등신대를 치우려고 하자 1인 시위자는 “건드리지 마라. 모조리 고소하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잠시 승강이를 벌이던 공무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현장을 떠났다. 갑자기 시위자가 문 전 대통령 집을 향해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정숙아. 얼굴 한번 보여주라.” 그의 1인 시위는 오후까지 계속됐다.

문 전 대통령 집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보수단체의 시위에 넌더리를 냈다. 이들은 집 담장에 “집회로 노인들 병들어간다”고 적힌 항의 현수막을 걸었다. 마을회관에도 ‘당국은! 주민생활권 보장하라!’는 펼침막이 걸렸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평산마을에 정착한 뒤 보수단체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 주변에서 확성기 시위를 벌이자, 소음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취한 자구책이다. 

30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정착한 문재인 전 대통령 집 근처에 보수단체의 집회 소음을 비판하는 주민들의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김영동 기자
30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정착한 문재인 전 대통령 집 근처에 보수단체의 집회 소음을 비판하는 주민들의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김영동 기자

60대 주민 김아무개씨는 “지금은 집단 시위 대신 1인 시위만 하고 있어 이전보다 나은 편이다. 문 전 대통령 정착 뒤 2주 동안 보수단체가 방송차로 밤낮 가리지 않고 지독하게 떠들었다. 어르신들이 ‘욕 좀 하지 마라’고 하자 ‘쇼 하지 마라’는 거친 답만 돌아왔다. 말이 안 통해 두손 두발 다 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함께 있던 또다른 주민은 “농번기라 한창 바쁜 때인데, 소음까지 더해지니 짜증만 난다. 주민도 살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30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회관에 보수단체의 집회 소음에 대해 주민생활권을 보장하라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김영동 기자
30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회관에 보수단체의 집회 소음에 대해 주민생활권을 보장하라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김영동 기자

참다못한 마을 주민 30여명은 지난 24일 ‘시끄러워 못 살겠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마을회관에서 문 전 대통령 집 맞은편 도로까지 행진하며 보수단체들의 집회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주민 이아무개씨는 “보수단체 집회 소음이 마을 앞뒤에 있는 산 때문에 울려 더 시끄럽다. 소음으로 70~90대 어르신 10여명이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했다.

다음달 중순까지 문 전 대통령 집 인근에 접수된 집회신고는 6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음 관련해 112신고만 100여건이 접수됐다. 야간 확성기 사용 제한 통고, 욕설 자제 등 수차례 경고를 했는데, (보수단체 등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허용 범위 안에서 집회를 열어 단속·처벌이 어렵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평온했던 마을이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현장이 됐다. 주민 일상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삶마저 위협받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정부와 치안 당국은 주민 일상을 짓밟는 반이성에 단호히 대응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비서실은 31일 상습적으로 욕설을 퍼붓는 1인 시위자 등을 상대로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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