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자(오른쪽 다섯째)와 인수위원들이 8일 오전 부산미래교육원에서 인수위원회 출범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운동 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던 보수 성향의 하윤수 부산시 교육감 당선자가 전교조 부산지부와 손을 맞잡았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전국 교육감 당선자 17명 중 인수위원회에 교육철학이 다른 반대 성향의 단체가 추천한 인사를 포함한 건 지금까지 하 당선자가 유일하다.
하 당선자 쪽은 8일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의 부산시 미래교육원 강당에서 인수위원회 위원(12명) 명단을 발표했다. 인수위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전교조 부산지부 정책실장을 지낸 조석현 주양초등학교 교사다. 보수 성향 교육단체인 부산시 교원단체총연합회(부산교총)의 이태순 수석부회장(해빛초등학교 교장)과 조수희 부산학부모연합회 회장, 20~30대 정규 초·중등교사들이 2020년 3월 만든 부산교사노동조합의 김한나 중등부 위원장(구서여중 교사)도 인수위원 명단에 들어갔다. 인수위가 보수와 진보 성향 인사를 두루 아우르는 모양새다.
전교조 부산지부에 먼저 손을 내민 건 하 당선자 쪽이다. 하 당선자 쪽은 지난 3일 부산시교육청 총무과를 통해 전교조 부산지부에 ‘부산 교육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해 교육감직 인수위원회에 참가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전교조 부산지부는 같은 날 임원 4명과 지회장 7명으로 꾸려진 집행위원회를 열어서 인수위 참여를 결정하고 나흘 뒤인 7일 하 당선자 쪽에 조 전 실장을 인수위에 보내겠다는 뜻을 부산시교육청을 통해 전달했다.
하 당선자와 전교조 부산지부가 손을 잡은 것은 의외란 평가가 많다. 하 당선자가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교조를 줄곧 비난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토론에서 하 당선자는 진보 성향 김석준 후보에게 “전교조에 가입한 적이 있느냐”며 ‘좌파 이념 교육감’이라고 공격했다. 지난달 1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보수 성향의 울산 김주홍 후보, 경남 김상권 후보와 합동 기자회견을 열면서 “전교조 교육감의 좌파 이념교육으로 교단은 정치화됐다”고 하 당선자는 주장했다. 거리유세 차량에선 “전교조가 부산 교육을 8년이나 망쳤다”는 하 당선자의 사전 녹음 육성이 계속 나왔다. 전교조 부산지부도 하 당선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부산경찰청에 고소하며 맞대응하기도 했다.
임정택 전교조 부산지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진보·보수 통합교육을 표방하는 하 당선자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마냥 무시하는 모양새는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인수위 활동은 일제고사 부활 저지 등 주요 현안을 해결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진정한 협치를 하지 않고 우리를 들러리로 세운 것이 확인되면 그에 맞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명예훼손 고소 건에 대해선 “하 당선자의 공식 사과가 없으면 고소를 취하할 계획이 없다”고 전교조 부산지부는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