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민선 8기 마지막 부산시의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광수 기자
부산시의회가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노동이사에게 안건 부의권을 주는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5년 전 생활임금 도입 이후 발생한 부작용 해소를 부산시에 의무화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도 함께 통과시켰다. 다만 부산시가 두 조례 모두 상위법과 충돌 등을 이유로 대법원에 제소를 검토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부산시의회는 21일 민선 8대 부산시의회를 마무리하는 제305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부산시 공공기관 노동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과 ‘부산시 생활임금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각각 의결했다. 노동자이사제 운영 개정 조례는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에게 안건 부의권을 주는 게 뼈대다. 노동자이사제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는 취지다. 생활임금 개정 조례안은 공공기관과 부산시 보조금을 받는 민간 기관에 생활임금제도가 도입된 뒤 해당 기관 종사자 간 임금 역전 현상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를 부산시가 해결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두 조례안 모두 지난 3월 시의회를 통과했으나 부산시의 재의 요구에 따라 이번에 재의결됐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시의회가 의결한 조례에 대한 재의 요구권을 시에 보장하고 있으며, 시의회는 재적 의원 과반과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다.
재의결에도 부산시는 해당 조례의 집행에 나서지 않을 태세다. 부산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법원에 조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조례 무효소송 제기를 검토하겠다”며 “두 조례 모두 상위법과 충돌한다”고 밝혔다. 우선 노동이사 관련 개정 조례는 지방공기업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이사회 의장만 갖는 안건 부의권을 노동이사에게도 줄 경우 이사회를 구성하는 다른 이사와의 형평에 어긋난다고 시는 판단했다. 생활임금 개정 조례 또한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자치단체장의 예산편성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시는 보고 있다.
시의회는 부산시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노동이사 관련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도용회 시의원은 “중앙정부와 국회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입법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이사제의 내실화를 위해 마련한 시의회의 조례안 의결을 시가 외면하는 것은 시의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생활임금 조례 개정안을 낸 노기섭 시의원은 “(시의 대법원 제소 방침은) 생활임금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와 시의회는 그간 조례를 놓고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시의회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시장 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과 함께 시의회가 무리한 입법에 나섰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한 지난해 4월부터 시가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한 조례만 7건이며, 이 중 4건은 재의결 뒤 대법원 제소로 이어졌다. 대법원은 이 중 1건에 대해선 부산시 손을 들어줘 자동 폐기됐고, 나머지 3건도 집행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져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