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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철거 정책’ 사실상 폐기 나선 윤석열 정부…재자연화 물거품되나

등록 2022-08-11 08:00수정 2022-08-11 09:35

한화진 환경장관 “보 활용 늘릴 것”
시민단체 “영혼 팔았다” 강력 비판
전문가 “기후변화로 녹조 더 악화”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 사이에 건설된 낙동강 달성보. 지난 5일 현재 강물을 가득 채우기 위해 수문을 닫은 상태라서, 녹조로 물든 강물이 수문(가동보) 위로 넘쳐흐르고 있다. 최상원 기자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 사이에 건설된 낙동강 달성보. 지난 5일 현재 강물을 가득 채우기 위해 수문을 닫은 상태라서, 녹조로 물든 강물이 수문(가동보) 위로 넘쳐흐르고 있다. 최상원 기자

낙동강 재자연화 작업은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졌으나 그 흐름이 윤석열 정부 들어 끊기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과거 보수 정부 때 추진된 4대강 사업을 옹호하기 위해 보 철거 명분이 될 수 있는 낙동강 되살리기 등 4대강 재자연화 작업에 부정적인 태도를 현 정부가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달 1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은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농번기와 가뭄 등 물 이용이 필요한 때는 수위를 유지하고 녹조 발생 등 물 흐름이 필요할 때는 탄력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는 불과 5개월 전인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산하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정책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위원회는 지난 2월 발표한 ‘낙동강유역물관리종합계획(2021~2031)’에서 “4대강 보 설치 후, 녹조 발생, 수생태계·육상생태계 교란 등 환경 현안 문제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진단하며, ‘물환경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추진전략 수립’과 ‘낙동강 8개 보 처리방안 마련’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시민단체의 반발이 뒤따랐다. 한 장관 업무보고 내용이 공개된 직후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는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영혼을 팔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상 환경부가 전 정부에서 추진해오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공식 폐기했다는 것이다.

사실 보의 존치와 철거를 둘러싼 공방은 꽤 오래됐다. 전 정부가 보 철거를 염두에 둔 재자연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 필요성을 검토한 까닭이다. 그중 하나가 환경부 의뢰로 한국재정학회가 진행한 용역 연구(‘한강·낙동강 하천시설 관리방안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다. 보를 철거할 때 편익과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본 것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보고서를 보면, 창녕함안보와 강정고령보를 제외한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는 비용보다 편익이 더 컸다.

이에 대해 환경부 쪽은 그간의 여러 검토 결과는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취수장·양수장 등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낙동강 보 8개의 모든 수문을 완전히 장기간 열어본 일이 없다. 보 철거에 따른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실측치가 없다는 얘기”라며 “지금까지 나온 보 철거 관련 검토 결과는 참고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온전하고 종합적인 평가라고 하기 어렵다. 감사원도 수문 개방 실측치 없이 보 철거를 검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보 철거에서 존치로 기울었다고 판단한 시민단체 등은 그에 따른 대응을 준비 중이다. 그중 하나가 지난 5일 경북 칠곡군에서 열린 낙동강네트워크와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의 합동 토론회다.

백경오 국립한경대 교수(토목안전환경공학과)는 “기후변화에 따라 녹조현상 등 4대강 사업의 악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다. 4대강 재자연화 작업을 과거로 되돌린다면 재앙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보가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도 “현재 청소년들은 녹조 강물로 가득 찬 강을 원래 모습으로 알고 있다. 모래톱이 넓게 펼쳐져 있고, 가뭄 때는 실개천처럼 마르기도 하는 원래 강의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자연화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해마다 발생하는 녹조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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