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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매미’보다 세게, 1시간 더 훑는다…물 차는 만조도 겹쳐

등록 2022-09-04 17:00수정 2022-09-05 11:54

되살아나는 ‘매미의 악몽’
2003년 9월12일 태풍 매미가 몰아쳤을 때 순간풍속 초속 42.7m의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부산 남구 감만동 신감만부두의 대형 크레인. <한겨레> 자료사진
2003년 9월12일 태풍 매미가 몰아쳤을 때 순간풍속 초속 42.7m의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부산 남구 감만동 신감만부두의 대형 크레인. <한겨레> 자료사진

2003년 추석 다음날이었던 9월12일 저녁 8시20분께 경남 고성군에 상륙한 태풍 매미는 한나절도 안 돼 영남지역을 전체를 휩쓸었다. 매미는 다음날 새벽 2시30분께 경북 울진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갈 때까지 불과 6시간여 동안 132명의 인명피해와 4조2225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매미의 최저 중심기압은 954h㎩,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60m, 최고강수량은 453㎜(경남 남해군)이란 기록을 세웠다. 매미는 최저 중심기압 기준으로 기상관측 이후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가운데 1959년 사라(951.5h㎩) 다음으로 강력한 태풍으로 꼽힌다. 풍속과 강수량은 사라보다 더 강했다.

바람 속도가 초속 50m를 넘으면 사람이 날아가고, 가로수는 뿌리째 뽑힌다. 송전탑과 크레인 등은 엿가락처럼 휘어질 수 있다. 부산 남구 감만동 신감만부두의 985t짜리 크레인 7대 가운데 6대가 무너질 때 초당 풍속은 42.7m였다. 매미는 바닷물이 차오르는 만조와 겹쳤다.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한 빗물이 순식간에 쌓이면서 경남 마산시(현재 창원시) 해안지역에서만 12명이 지하에 갇혀 목숨을 잃은 까닭이다.

6일 아침 한반도에 상륙할 전망인 태풍 힌남노의 예상 이동 경로 등은 태풍 매미와 매우 비슷하다. 기상청은 4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아침 8시께 경남 통영 부근에서 한반도로 상륙해 영남지역을 북동진해서 이날 오후 3시께 동해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예보했다. 또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할 때 최저 중심기압은 950h㎩로 태풍 강도가 ‘매우 강’에서 ‘강’으로 한 단계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지만, 영남 해안지역에는 최대풍속 초속 40~60m에 강수량도 400㎜ 안팎에 이를 것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기상청은 덧붙였다.

매미가 상륙했던 경남 고성군과 힌남노의 상륙 예상지점인 경남 통영시는 인접해 있다. 이곳에 나타날 힌남노의 풍속·강수량 등 위력은 태풍 사라나 매미와 비슷하거나 더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지역을 훑으며 육상을 통과하는 시간은 힌남노가 매미보다 외려 1시간 정도 더 길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태풍 매미처럼 힌남노도 바다 만조시간과 겹칠 것으로 예보됐다. 힌남도의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이유이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태풍 매미 때 인명·재산 피해가 집중됐던 마산어시장·방재언덕·배수펌프장 등 옛 마산지역 해안을 4일 직접 돌아보며, 안전대책을 서두르도록 지시했다. 박 지사는 “태풍 힌남노는 역대급 위력에다 만조까지 겹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추석 대목을 앞둔 어시장 상인 등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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