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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만 마리 떼죽음…왜 정어리만? 2주째 미스터리 진해만

등록 2022-10-14 05:00수정 2022-10-16 12:14

1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가 죽은 정어리로 가득 찼다. 이곳에선 지난 2일부터 죽은 정어리 수거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창원시 제공
1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가 죽은 정어리로 가득 찼다. 이곳에선 지난 2일부터 죽은 정어리 수거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창원시 제공

“어제 깨끗이 건져내고 갔는데, 오늘 아침 와보니까 또 죽은 기 바다에 가득 찼다 아인교. 오늘 오전에만 300㎏짜리 포대 9개를 가뜩 채워 건져 올렸어예. 내사 마 50년째 고기 잡으면서 사는데 이런 험한 꼴은 첨이라예.”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에서 죽은 정어리 수거 작업을 하던 연안통발어선 봉진호 선장 류아무개씨는 “일주일째 정어리 수거 작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이러다 남해바다 정어리 씨가 다 마르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어리 떼죽음이 처음 관찰된 것은 지난달 3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양드라마세트장 앞바다다. 정어리 떼는 이후 인근 도만항과 다구항, 마산인공섬, 3·15해양누리공원 등 진동만과 마산만 연안 전역으로 퍼지면서 13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창원·고성·거제에 둘러싸인 진해만의 가장 안쪽 해역에서 14일째 정어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가 죽은 정어리로 가득 찼다. 이곳에선 지난 2일부터 죽은 정어리 수거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창원시 제공
1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가 죽은 정어리로 가득 찼다. 이곳에선 지난 2일부터 죽은 정어리 수거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창원시 제공

이날까지 해안에서 수거한 정어리는 176t이 넘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죽은 정어리를 ‘몸통 길이 14~16㎝에 무게 20g 정도의 성어’로 판정했다. 죽은 정어리 수를 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수거량으로 미뤄 880만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보고된 물고기 집단폐사 가운데 비교 사례가 없을 만큼 큰 규모다. 군부대와 시민단체 도움까지 받아서 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튿날 아침이면 죽은 정어리가 바다를 하얗게 뒤덮는다.

창원시는 ‘정어리 떼죽음’ 발생 초기엔 죽은 정어리를 건져서 비료공장에 보냈다. 하지만 썩는 냄새로 인한 민원이 이어지면서 소각장에 보내 폐기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과 창원해양경찰서는 정어리 떼죽음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10월24일이 지나야 나올 예정이다.

진해만에서 떼죽음당한 정어리. 국립수산과학원은 죽은 정어리를 ‘몸통 길이 14~16㎝에 무게 20g 정도로, 부화해서 1년 정도 자란 성어’로 판정했다. 최상원 기자
진해만에서 떼죽음당한 정어리. 국립수산과학원은 죽은 정어리를 ‘몸통 길이 14~16㎝에 무게 20g 정도로, 부화해서 1년 정도 자란 성어’로 판정했다. 최상원 기자

‘정어리 떼죽음 사태’가 보름 가까이 이어지자, 원인을 두고 온갖 추론이 난무한다. 지진 전조 현상이라는 괴담까지 퍼지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된 가설은 ‘수질 오염설’이었다. 그러나 창원시 조사 결과 수질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정어리 떼죽음 사태’ 발생 닷새 전인 지난달 25일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에서는 수영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해수욕장 기준을 충족시킬 만큼 수질이 좋다는 뜻이다.

어민들이 죽은 정어리를 버렸을 것이란 추측도 있었다. 수산자원관리법은 몸통 길이가 20㎝ 이하인 청어를 잡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는데, 정어리를 청어로 오인한 어민이 잡은 정어리를 통째로 바다에 버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새끼 청어와 정어리는 구분하기가 어려워, 창원시도 ‘정어리 떼죽음 사태’ 초기에 죽은 물고기를 청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어민이 버렸다고 보기에는 죽은 정어리 양이 너무 많은데다, 사건 발생 보름이 다 되도록 어민이 정어리를 바다에 유기하는 모습은 한번도 목격되지도 않은 터라 ‘어민 정어리 투기설’도 설득력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용존산소량이 적은 물 덩어리를 가리키는 ‘빈산소수괴’ 원인설도 제기된다. 실제로 ‘정어리 떼죽음 사태’ 발생 직후 인근 해역에서 빈산소수괴가 발견된 바 있다. 하지만 빈산소수괴 때문이라면 발생 해역의 어패류 등 다양한 수중생물이 죽어야 하는데, 정어리만 죽은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 진해구)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경남에선 빈산소수괴에 따른 피해 규모는 151억9천만원에 이르는데, 피해 어종은 굴·홍합·멍게·미더덕 등 부착성 어패류뿐이었다. 빈산소수괴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물고기에게는 위협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폐사한 정어리 떼. 창원시=연합뉴스
폐사한 정어리 떼. 창원시=연합뉴스

대규모 정어리 떼 때문에 용존산소 부족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1년 3월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레돈도 해변에서 정어리 250만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어리가 좁은 바다에 몰리면서 바닷물의 용존산소가 부족해져 떼죽음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정어리 떼죽음 사태’는 당시 상황과 흡사하다. 하지만 이 가설은 대규모 정어리 떼가 좁은 진해만으로 왜 몰려들었느냐는 새로운 의문을 낳는다.

임현정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장은 “정어리가 떼죽음을 당한 것도 특이하지만, 대규모 정어리 떼가 진해만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현재 질병·수질·수온·오염·빈산소수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문 창원시 수산과장도 “이 정도 대규모 집단폐사는 국내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고 정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어리는 청어·멸치와 함께 청어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11~20.7도의 수온에서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겨울을 제주도 해역에서 난 뒤 봄이 되면 북상했다가 가을이 되면 남하한다. 몸통 길이 25㎝까지 자라는데, 부화해서 1년 뒤 15㎝ 크기로 자라면 2~4월 남해안에서 산란한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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