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 광부의 생사 확인을 위해 3일째 진행하던 시추 작업이 지금 지형과 다른 오래된 실측 도면에 근거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매몰 광부와 접촉 가능성이 희박한 곳을 목표로 시추 작업을 벌였다는 얘기다.
매몰 사고 7일째인 1일 봉화소방서는 현장브리핑에서 “2호 천공기(땅을 뚫는 기계)가 오후 3시 기준으로 지하 172m까지 내려갔지만 고립된 광부들과 접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깊이 170m 지점에 매몰 광부가 대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시추 작업을 해왔다. 앞서 2호 천공기보다 하루 빨리 시추를 시작했던 1호기는 시추 과정에서 암석 등을 만나 방향이 틀어진 사실이 확인돼 10월31일 작업이 중단된 바 있다.
목표 지점에 이른 천공기가 매몰 광부들과 접촉하지 못한 건 애초 목표 지점 설정에 오류가 있어서다. 목표 지점 결정을 위한 실측 작업에 활용된 지하 도면이 10년도 더 된 것이라, 지금의 지형과 차이가 있다는 게 구조 당국의 설명이다. 시추 작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업체 쪽이 제공한 도면이 오래되어 (목표 지점) 측량에 오류가 있었다”고 했다.
당국은 외부 측량 전문가 도움과 지피에스(GPS) 자료 등을 활용해 목표 지점을 새로 설정했다. 시추 작업이 재개된 2호 천공기는 20~30m 정도 더 파내려가기로 했다. 매몰 광부와 접촉할 확률은 낮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 때문에 천공기를 뽑지 않고 더 파보겠다는 것이다. 전날 뽑아낸 1호기와 이날 차례로 도착한 3,4,5호기는 새로 설정한 목표 지점을 향해 시추 작업에 돌입했다.
갱도 복구 작업 속도도 더디다. 2구간(수평 거리 100m) 복구 작업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24m 지점까지 진행됐다. 2구간을 완전히 복구하는 데는 최소 8일이 걸릴 것으로 당국은 예상한다. 앞서 구조 당국은 지난 10월30일 광산 입구와 가까운 1구간(수평 거리 45m) 갱도를 열고, 1구간과 2구간을 잇는 선로 연결 작업을 마쳤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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