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장대현학교 학생들이 장대현학교가 학력 인정 교육기관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장대현학교 제공
“행복해요. 내가 다니는 학교 이름으로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돼서.”
부산 강서구 장대현학교 2학년 한송향(18)양은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위탁하는 고교에 가서 졸업장을 받는 선배들을 보고 속상했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 내가 첫번째 장대현학교 이름의 졸업장을 받게 된다고 생각하니 꿈만 같다”고 했다. 한양은 2018년 부모와 함께 탈북했다.
장대현학교는 영호남 유일의 탈북 학생 대안학교다. 현재 중고교 과정에 19명의 학생이 정규 교과과정을 배우고 있다. 운영에 필요한 재정은 대부분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주한 독일영사관 등과 연계한 독일어 수업, 미 국무부 풀브라이트재단에서 원어민 교사를 파견받아 진행하는 영어 수업 등 탄탄한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점을 높이 사 부산시교육청은 2014년과 2016년 장대현학교를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했다.
이 학교는 일반 중고교와 같은 정규 교과를 운영하지만 제한이 있다. 학교생활은 교육을 위탁한 원래 학교의 학적부에 기록되고, 졸업장도 위탁한 학교로 가서 받아야 한다. 성장기 아이들 편에선 자존감이 낮아질 수도 있다. 이에 장대현학교는 2020년 12월부터 독립적인 학력 인정 대안학교로 개편을 추진했다. 시도교육청이 허가하는 대안학교는 각종학교와 특성화학교로 나뉜다. 장대현학교는 ‘각종학교’로 신청했다.
허가 조건은 까다로웠다. 땅의 용도를 주택에서 학교로 변경하고 건물용도를 교육연구시설로 바꿨다. 개교 당시 학교 리모델링과 교사 급여 지급을 위해 은행에서 빌린 5억9천만원도 모두 갚았다. 금융권 대출이 있으면 허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절차를 거쳐 장대현학교는 지난 28일 부산시교육청 사립 대안학교 1호가 됐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탈북 학생 대안학교 10곳 가운데 여명학교(서울 중구), 하늘꿈중고등학교(경기도 성남시), 드림학교(충남 천안시)에 이어 네번째이자, 영호남을 통틀어 유일한 각종학교다.
장대현학교는 내년 3월1일 장대현중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꿔서 정식 개교한다. 정원은 중·고교 10명씩 모두 20명이다. 교육부 정규교육기관이 됨에 따라 내년 3월부터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장을 직접 발급한다. 통일부로부터 국비를 지원받는 길도 열렸다. 임창호 교장(전 고신대 부총장)은 “독립적인 학력 인정 교육기관으로 인가받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 탈북 학생 대안학교의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미와 함께 탈북 학생들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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