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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돼지 40인분 구우며 폭언…‘이슬람 혐오 잔치’ 벌인 주민들

등록 2022-12-15 15:28수정 2022-12-16 15:31

‘대현동 이슬람사원 반대 비상대책위’는 15일 낮 12시 경북대 서문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장 앞에서 통돼지 바비큐 파티를 벌였다. 김규현 기자
‘대현동 이슬람사원 반대 비상대책위’는 15일 낮 12시 경북대 서문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장 앞에서 통돼지 바비큐 파티를 벌였다. 김규현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들이 15일 돼지고기 파티를 열었다. 40인분의 통돼지를 준비한 이 행사 이름은 ‘대현동 주민들을 위한 연말 큰잔치’다. 송년회를 겸해 주민 간 친목을 다지려는 마을 축제가 아니다.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무슬림을 겨냥해 준비한 ‘기획 시위’다. 이날 파티는 경북대 서문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장 코앞에서 열렸다. 공사장 앞에는 10월 말부터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돼지머리 3개와 족발, 돼지꼬리 등이 놓여 있었다.

 지역 주민들로 꾸려진 ‘대현동 이슬람사원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자신들의 행위가 ‘토속 신앙’이라고 강변했다. 행사에 앞서 연 회견에서 이들은 “여기는 대한민국이다. 토속 신앙에 근거한 돼지머리 고사를 혐오 범죄라고 주장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슬람 사원 건축주들이야말로 주민들의 문화와 종교를 차별하고 혐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반대 비상대책위’ 소속 한 주민이 15일 낮 경북대 서문에서 학생들이 붙이려던 이슬람 사원 건립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빼앗아 들고 있다. 김규현 기자
‘대현동 이슬람 사원 반대 비상대책위’ 소속 한 주민이 15일 낮 경북대 서문에서 학생들이 붙이려던 이슬람 사원 건립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빼앗아 들고 있다. 김규현 기자

 이슬람 사원 건립을 지지하는 대학생들에게 폭언과 물리력 행사도 서슴지 않았다. 행사 도중 경북대 재학생 2명이 교문 입구에 사원 건립 지지 대자보를 붙이려 하자 떼로 몰려가 대자보를 힘으로 빼앗았다. 이들은 학생들을 둘러싸고 위협적 분위기를 조성한 뒤 “누구 사주를 받고 왔느냐” “미래가 불쌍하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학생들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려고 학교 안으로 몸을 피했지만, 일부 주민들이 계속 뒤따르며 이름과 소속을 따져 물었다.

 대자보를 빼앗긴 경북대 사범대학 1학년 김아무개(20)씨는 취재진과 만나 “돼지머리를 두고 바비큐 파티를 여는 행위는 비이성적이고 비윤리적인 조롱 행위”라며 “낯섦에서 오는 불편함을 가질 수는 있지만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을 푸는 게 자유민주주의 사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반대 주민들이 바비큐 파티를 연 시간은 무슬림의 점심 기도 시간이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사원 공사장 앞 주택을 임시기도소로 쓰고 있는데, 이날 반대 주민들과 충돌을 피하려고 기도소가 아닌 학교 안에서 약식으로 기도를 해야 했다.

 ‘대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돼지 사체 또는 돼지머리를 이슬람 사원에 투척하고 전시하는 행위는 이슬람 혐오를 표현하는 대표적 행위다. 돼지머리를 두는 것에 이어 공개적으로 바비큐 파티까지 진행하는 일부 주민의 표현 방식은 참담하다”며 “무엇보다 이 사안에 대해 공공기관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대구 북구청은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앞서 경북대에 다니는 무슬림 유학생들은 각자 조금씩 돈을 모아 2020년 12월 사원 건축 공사를 시작했다. 뒤늦게 이를 안 주민들이 반대에 나서자 대구 북구청은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건축주와 시민단체 등은 행정명령 철회 소송을 냈고, 1·2심에 이어 지난 9월 대법원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비대위를 결성한 일부 주민들은 공사장 앞에 무슬림 학생들을 겨냥해 돼지머리를 놓아두고, 기도 시간에 맞춰 돼지고기 파티를 여는 데까지 이르렀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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