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영남

‘왜성’ 이름 땄던 자성대공원 “이제 부산진성공원입니다”

등록 2023-01-26 18:55수정 2023-01-27 02:30

부산 동구 좌천동 증산공원에 있는 증산왜성에서 바라본 자성대공원 모습. 김영동 기자
부산 동구 좌천동 증산공원에 있는 증산왜성에서 바라본 자성대공원 모습. 김영동 기자

부산 동구 범일동에 있는 자성대공원 이름이 올해 초 ‘부산진성공원’으로 바뀌었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영향으로 일본 성곽 구조 개념인 모성(본성)과 자성(지성)에서 유래된 이름이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26일 관련 학계와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선조 25년(1592년) 음력 4월13일 조선을 침략한 왜군은 다음날인 14일 범일·좌천동에 있던 부산진성을 함락한 뒤 1593년 3월부터 8월까지 1만여명을 동원해 근처 증산(해발 130m)에 왜성을 쌓았다. 석재는 함락한 부산진성에서 조달했다.

왜군은 증산왜성에서 동쪽으로 1㎞가량 떨어진 범일동 구릉(해발 36m)에 모성인 증산왜성 방어와 해상 보급로 확보를 위해 ‘자성대왜성’을 축조했다. 당시 자성대왜성은 바다와 맞닿아 있었다. 성을 쌓은 왜장 모리 데루모토 부자는 이곳에서 후방 병참선을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자성대왜성은 왜군 선봉을 맡은 고니시 유키나가가 전쟁 기간 동안 잠시 주둔하기도 해 고니시성으로 불리기도 했다.

1598년 12월 왜군이 패퇴한 뒤 조선 조정은 왜군이 병력 보충, 물자 보급 등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았던 자성대왜성을 보수해 ‘부산진성’으로 사용하며 구한말까지 수군을 주둔시켰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1944년 이곳을 공원으로 꾸민 뒤 ‘자성대공원’으로 고시했다. ‘자성’이란 표현이 부활한 셈이다. 부산시는 이곳을 1972년 6월 시 기념물 제7호로 지정하면서 부산진지성으로 이름 지었으나, 부산 사람들은 줄곧 이곳을 자성대로 불렀다.

자성대공원이 부산진성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알리는 부산 동구의 펼침막. 부산 동구 제공
자성대공원이 부산진성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알리는 부산 동구의 펼침막. 부산 동구 제공

주민을 중심으로 지역에서는 자성대공원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애초 일본 성곽 구조 개념에서 나온 이름인데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명칭이 고착됐으며, 우리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하면 부산진성으로 고쳐 부르는 것이 바르다는 논리다.

부산시는 2020년 1월 기념물 제7호를 부산진성으로 바꿨다. 하지만 도시공원인 자성대공원 이름을 변경하려면 구군지명위원회, 시도지명위원회, 국가지명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그대로 자성대공원으로 남았다. 이후 2021년부터 부산진성 이름 찾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졌고, 동구도 같은 해 6월부터 지명 변경 절차를 추진했다.

동구 쪽은 “구·시·국가 지명위원회 심의를 차례로 거쳐 지난 4일 국토지리정보원 고시를 통해 자성대공원 이름이 부산진성공원으로 최종 변경됐다”고 밝혔다. 동구는 ‘자성대’가 포함된 버스정류장 3곳 등 시설물의 표기를 ‘부산진성’으로 고칠 예정이다. 동구 시설녹지과 관계자는 “이른 시간 안에 안내판 정비와 홍보 등 후속 조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인천 사전투표소 5곳서 불법 카메라 발견…경찰 수사 착수 1.

인천 사전투표소 5곳서 불법 카메라 발견…경찰 수사 착수

김동조 대통령실 비서관 재산 1년 만에 210억 늘었다 2.

김동조 대통령실 비서관 재산 1년 만에 210억 늘었다

이재명 참석 유세장서 검거된 20대…“흉기 갈러 심부름…” 3.

이재명 참석 유세장서 검거된 20대…“흉기 갈러 심부름…”

오다 만 벚꽃에 “하늘을 이길 수 없습니다”…고민 끝에 이 도시는 4.

오다 만 벚꽃에 “하늘을 이길 수 없습니다”…고민 끝에 이 도시는

초등학교 급식 식단표에 웬 ‘투표는 국민의힘’? 5.

초등학교 급식 식단표에 웬 ‘투표는 국민의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