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대형마트가 의무휴일을 평일로 옮긴 가운데 월요일인 13일 오전 대구시내 한 마트 입구에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 대형마트가 매주 일요일 영업하기로 한 첫날인 12일, 서구 내당동 한 대형마트 입구에는 ‘매주 일요일 정상영업’이라는 대형 펼침막이 붙어 있었다. 마트 안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요일 영업 소식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평소라면 가득 찼을 주차장도 절반 넘게 비어 있었다. 대구시 8개 구·군은 지난 10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꾼다고 고시했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첫 사례다.
지나는 길에 영업하는 것을 보고 들렀다는 김아무개(60)씨는 “평소에도 일요일에 왔다가 헛걸음하고 갈 때가 많았는데, 이제 매주 문을 연다고 하니 반갑다. 평일에 바빠서 장을 못 보면 일요일에라도 와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아무개(35)씨도 “매번 휴무일인지 검색하는 게 번거로웠는데,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마트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일요일 영업을 반겼지만, 주변 상인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마트 앞 골목 노점에서 30년째 과일, 나물 등을 파는 김아무개(88)씨는 마트 일요일 영업에 기대를 걸었다. 쉬는 날 없이 장사한다는 그는 “마트가 노는 일요일에 장사 나와보면 다니는 사람이 없다. 사람이 다녀야 장사도 된다”고 말했다. 반면 마트 앞에서 오뎅꼬치 등 길거리 음식을 파는 안아무개(58)씨는 “사실 큰 도움이 안 되고, 별로 지장도 없다. 마트가 쉬는 일요일에도 평소와 매출 차이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당장 마트와 경쟁을 걱정하는 상인도 있었다. 마트 건너편에 9개월 전 반찬 가게를 연 신아무개(29)씨는 “오늘 첫날이라서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반찬은 마트와 품목이 겹치는 게 많다 보니 걱정이다. 가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편인데, 갑자기 마트와 경쟁하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은 전통시장 쪽에서 먼저 제안해 성사되면서 주목받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연말 8개 기초단체장과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장,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 등과 함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추진 협약식’을 열었다. 대형마트 쪽은 평일 주차장 무료 개방 등을 주변 상인들에게 약속했다. 온라인 판매에 잠식당하는 매출을 지키기 위해 전통시장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대구시의 속도전에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의무휴업일 결정권은 기초단체에 있는데, 일선 구·군에서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구시 주도로 무리하게 발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마트산업노조는 3천여명이 서명한 반대 의견서를 대구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법정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협약식 당시 청사를 점거한 마트산업노조 조합원 47명을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고발했다.
마트산업노조는 지난 10일 대구지방법원에 고시 취소 소송과 고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