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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위장해 ‘민간인 사찰’ 국정원 수사관, 현장서 적발

등록 2023-02-23 12:22수정 2023-02-23 15:44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합원들이 23일 기자인 것처럼 속이고 민간인들을 촬영하던 국정원 수사관을 적발해, 그에게서 빼앗은 국정원 직원용 옷과 휴대전화를 공개했다. 최상원 기자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합원들이 23일 기자인 것처럼 속이고 민간인들을 촬영하던 국정원 수사관을 적발해, 그에게서 빼앗은 국정원 직원용 옷과 휴대전화를 공개했다. 최상원 기자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기자인 것처럼 속이고 23일 오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 등 민간인들을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당시 민주노총 경남본부 안에서는 국정원이 안아무개(54)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을 압수수색하고 있었다.

국정원은 23일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안아무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과 강아무개(56) 대우조선 하청업체노조(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은 이날 아침 8시10분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민주노총 경남본부 건물 2층에 있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사무실에 들이닥쳐 안 지부장의 책상·휴대전화·컴퓨터·케비닛 등을 압수수색 했다. 또 같은 시각 대구 출장을 가기 위해 거제에서 승용차를 타고 가던 강 부지회장을 붙잡아, 강 부지회장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 했다. 경찰은 7개 중대 500여명을 동원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제지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 본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 탄압의 선봉에 선 국정원을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도중 국정원 수사관이 자신을 기자라고 밝히고 참석자들을 동영상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국정원 직원용 휴대전화, ‘국가정보원 사법경찰관’ 신분증, 가방에 숨겨둔 국정원 직원용 옷 등을 빼앗았다.

국정원 수사관들이 23일 오전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석태 지부장의 책상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국정원 수사관들이 23일 오전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석태 지부장의 책상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오늘은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정기 대의원대회를 하는 날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국가권력을 동원해 잔칫상을 엎는 만행을 저질렀다. 금속노조는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을 반드시 분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대의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많은 조합원이 국정원의 압수수색 현장을 지켜봤다. 이제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망가지는 꼴도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은 북한 지령을 받아 반국가단체를 만들어 활동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지난 1일 경남지역 통일운동 활동가 3명과 서울지역 활동가 1명을 구속하는 등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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