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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후쿠시마 원전 터진 그날…“노후핵발전소 연장 말라”

등록 2023-03-12 11:06수정 2023-03-12 11:37

원전 찬성 맞불집회에선 “원전 찬성하면 빨갱이”
후쿠시마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은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원전 반대 전국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광수 기자
후쿠시마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은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원전 반대 전국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말고 즉각 폐쇄하라.”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반대한다.”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12주년을 맞은 지난 11일 오후 2시.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 모인 3천여명의 탈핵집회 참가자는 “세계 최대 원전 밀집도인 우리나라에서 옛 소련 체르노빌(현 우크라이나)과 후쿠시마원전에 이어 대형 원전사고가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확대정책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이날 행사는 ‘후쿠시마 핵사고 12년 탈핵행진 준비위원회’와 ‘부산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함께 주최했다. 참가자들은 “핵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며 대구·광주·제주·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경부고속철도·비행기 등을 타고 부산으로 달려왔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은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원전 반대 전국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광수 기자
후쿠시마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은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원전 반대 전국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참가자들을 대표해 연대사가 이어졌다. 오하라 츠나키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교육홍보팀장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132만t을 30~4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결정했다. 일본과 한국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비용이 가장 저렴한 해양 방류를 선택한 일본과 도쿄전력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정희 전 기후위기비상행동 전 운영위원장은 “더 많은 시민에게 알리고 같이 하고 이러한 현장에 같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100만명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데 1000만명은 돼야지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정책을) 바꾸지 않겠나. 탈핵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고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오문범 부산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부산와이엠시에이 사무총장)도 “탈핵운동은 우리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고 알리는 길만이 노후원전 폐쇄하고 핵 저장시설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은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원전 반대 전국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후쿠시마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은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원전 반대 전국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김윤미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김민조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 사무국장,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이 참가자들을 대신해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한국은 폐로 절차에 들어간 2기의 핵발전소를 제외하더라도 무려 25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핵발전 밀집도가 세계 최대 국가다. 거기에 신규핵발전소 건설과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임시 핵폐기장 건설이 더해진다면 안전한 사회는 더욱 요원하다. 지금의 잘못된 결정이 가져오는 위험과 부정의는 앞으로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핵발전을 중단없이 계속 가동하기 위해 각 핵발전소 지역에 임시 핵폐기장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영광 핵발전소는 2030년에, 고리 핵발전소는 2032년에 임시저장시설이 포화할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에 따라 핵폐기물을 보관할 임시 저장시설을 짓겠다는 것이다. 안전을 담보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일방적으로 핵발전소 지역에 핵폐기물 책임까지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정책이다”고 덧붙였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은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원전 반대 전국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후쿠시마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은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원전 반대 전국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3시15분부터 부산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부산진구 서면 금강제화 앞까지 1.3㎞를 행진했다. 사전 집회를 허가한 경찰은 1개 차로를 집회 주최 쪽에 내줬다. 거리행진은 차량 흐름에 큰 방해 없이 평화롭게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핵 반대 문구를 적은 펼침막과 손팻말, 우산 등을 갖고 풍물패를 따라서 열을 지어 송상현광장을 서서히 빠져나갔다. 이어 경찰의 안내에 따라 서면 방향 중앙대로에 진입했다. 중앙대로 인도와 맞닿은 3~4차로를 따라 걸으며 “고리원전 2호기 당장 폐쇄하라” “핵폐기물 저장시설 반대한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이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빨갱이들”이라고 비난하자 화가 난 참가자들이 “사과하라”며 맞고함을 쳤지만, 경찰의 제지로 양쪽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권선영(42·부산)씨는 “탈핵에 대해서 알려주고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을 데리고 여기에 왔다. 지금은 딸이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스무살이 되면 알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민아무개(48·대구)씨는 “핵을 운용해서 얻는 경제적 이익보다 사고가 나면 더 큰 경제적 손실을 본다는 것을 부산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지인들과 부산에 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4시15분께 서면 금강제화에 이르렀고 정리집회를 한 뒤 해산했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은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원전 반대 전국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후쿠시마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은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원전 반대 전국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한편, 이날 탈핵단체들의 원전 반대 집회가 열린 송상현광장 맞은 편에선 한국원자력국민연대 등 원전 찬성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100여명 안팎으로 보이는 참가자들 대부분은 70~80대 어르신들이었다. 참가자들은 “원전만큼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는 없다. 고리원전 2호기를 연장 가동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발언자는 “원전을 반대하는 놈들은 빨갱이”라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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