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학교 급식종사자들이 지난 22일 부산시교육청에서 폐암 예방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부산 학교급식 종사자 6명이 한꺼번에 폐암 판정을 받으면서 부산시교육청과 학교급식 종사자들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이 서둘러 급식실 현대화 5개년 계획 등을 발표했지만 학교급식종사자들은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한다.
지난 14일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14개 시·도교육청 급식종사자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55살 이상이거나 경력 10년 이상인 학교급식 종사자 가운데 폐시티(CT) 검사에서 31명이 폐암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 가운데 6명(19.3%)이 부산시교육청 소속이었다는 점이다. 서울·경기·충북 지역 학교급식 종사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검진자수 대비 폐암 확진자수 비율도 부산이 1위다. 검사자 1762명 가운데 0.34%다. 전체 평균(0.13%)의 3배에 육박한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12월 발표한 ‘2019년 국가 암 등록 통계’의 35~64살 여성 인구 10만명당 폐암 발생률 0.028%에 견주면 10배가량 높다. 부산 지역 학교급식 종사자들은 이런 결과가 높은 ‘노동강도’와 관련이 깊다고 본다. 다른 시·도에 견줘 급식학생 대비 급식종사자 수가 적어 상시적인 과로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실제 <한겨레>가 올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조리원 배치 기준을 비교했더니, 교실 배식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할 경우 부산의 조리원 수는 학생 1천명당(1식 기준) 초등학교 6명, 중학교·고등학교 각 7명이다.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시·도에 견줘 각각 1~4명이 적다. 부산시교육청은 학교급식 종사자가 부족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난감해한다. 교육부가 해마다 교육공무직종의 정원을 정해 인건비를 시·도교육청에 보내기 때문에 학교급식 종사자 정원을 늘리면 다른 교육공무직종의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의 학교급식 종사자들은 열악한 근무여건에 중도 퇴사자가 늘고 구인난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노동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 부산교육청이 채용한 신규 학교급식 종사자 가운데 여섯달 안에 그만둔 학교급식 종사자 비율이 2021년 16.1%(366명 가운데 59명), 지난해는 11.9%(360명 가운데 43명)이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589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526명에 그쳤고 결시 등으로 최종 합격자는 360명에 그쳤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수급이 원활하려면 급여를 올려줘야 하는데, 정년 60살이 보장된 무기계약직이어서 급여 인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급식 종사자들은 또 배식방법이 노동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4월1일 기준 직접 조리를 하는 부산 학교 581곳 가운데 학생들이 식당에서 먹는 곳이 67.4%(392곳)다. 나머지 32.6%(189곳)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먹거나 학년에 따라 식당과 교실에서 밥을 먹는 병행 배식이다. 중학교 급식종사자인 이아무개씨는 “식당에서 교실까지 밥과 국 등을 가져가면 식당배식보다 1.5배 정도 더 힘들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부산은 학교 터가 비좁은 고지대에 설립된 학교가 많다 보니 교실 배식이 많은 편”이라고 해명했다.
학교급식 종사자들은 부산의 낡은 시설을 폐암 집단 발생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여긴다. 환풍기·후드 등이 오래돼서 음식물을 튀기거나 볶을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조리 흄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근무환경이라는 것이다. 권우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 조직부장은 “지난해 부산시교육청이 163개 학교의 식당 환기설비를 개선했다고 교육부에 보고했으나 1곳을 빼고는 부분 교체에 그쳤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고용노동부가 2021년 12월 후드의 풍속 기준을 초당 0.3에서 0.5~0.7로 상향했는데 부산은 노동부의 지침에 내려오기 전에 0.3 수준에 맞춰서 162곳을 먼저 교체하다 보니 엇박자가 났다. 2027년까지 567곳 모두 고용노동부의 새 기준에 맞게 부품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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