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산책방 앞에 앉아 있는 모습.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페이스북 갈무리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 지기로 있는 ‘평산책방’의 자원봉사자 모집과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열정페이’ 논란이 일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쪽은 “자원봉사 뜻을 밝힌 이들이 많아 인원 제한을 위해 공고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과 논란을 예상하지 못한 문 대통령 쪽의 무신경을 꼬집는 의견도 적지 않다.
7일 평산책방 등의 말을 들어보면, 책방은 지난 5일 SNS로 자원봉사자 모집을 알렸다. ‘인원은 50명으로 선착순으로 마감해 9일 발표할 예정이며, 선발된 자원봉사자는 이달부터 12월까지 8개월 동안 활동한다. 평산책방 관련 물건(굿즈)와 점심식사, 간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SNS에서는 ‘수익 사업에 무슨 자원봉사가 필요한가’ ‘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지 않고 열정페이로 땜질하려고 하나’ 등의 비판글이 다수 올라왔다. 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일부 보수언론은 그가 재임 시절 시행했던 최저임금 인상을 거론하며 “문 전 대통령은 2015년 당 대표 시절 ‘열정페이’란 이름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커피숍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집권 초반 2년간 최저임금을 각각 16.4%, 10.9% 인상한 바 있다”고 맹공했다.
문 전 대통령 쪽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평산책방 관계자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책방에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요청이 빗발쳤다. 너무 요청이 많아 인원수를 제한하려고 공고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방 직원은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했고, 열정페이 논란은 성립조차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쪽이 사안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는 지적은 그에게 우호적인 쪽에서도 나온다. 김동규 동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해당 공고문을 캡처한 뒤 “도대체 누가 버젓이 이런 발상을 하고, 이런 공고를 버젓이 내는가? 자원봉사를 빙자한 노동착취라는 비판을 어찌 감당할 텐가? 더구나 하루 8시간 종일 ‘노동’을 하지 않는 경우 점심도 주지 않는단다. 그저 한숨이 나온다”는 글을 올렸다. 이 게시글에는 “실망스럽다” “사실이라면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평산책방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지난달 26일 문을 열었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해 말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단독주택을 8억5000만원에 사들인 뒤 리모델링을 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한겨레>와 출판사 한길사가 공동기획한 인터뷰에서 “평산마을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인데 제가 여기로 사저를 정하면서 시위로 인한 소음과 욕설이 마을을 뒤덮어 버렸고 주민들은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제가 도움드릴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마을 책방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