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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로는 전기차 화재 못 끕니다, 운전자는 대피하세요

등록 2023-05-10 17:37수정 2023-05-11 02:31

현장│마창대교, 전기차 화재진압 시연
물뿌리기·소화포·침수조등 진압 과정 참관
“운전자는 신속 대피 뒤 119 신고가 최선”
㈜마창대교는 지난 9일 ‘전기자동차 화재진압 시연회’를 열었다. 물을 가득 채운 침수조 안에서 전기자동차의 불이 꺼지는 과정을 마창대교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최상원 기자
㈜마창대교는 지난 9일 ‘전기자동차 화재진압 시연회’를 열었다. 물을 가득 채운 침수조 안에서 전기자동차의 불이 꺼지는 과정을 마창대교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최상원 기자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끄기가 매우 어렵고, 치명적 유독가스인 불화수소도 발생합니다. 전기차에 불이 나면 즉시 밖으로 나와서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지난 9일 ‘전기차 화재진압 시연회’에서 정완규 가드케이 대표는 “전기차 화재 사고는 초기 대응이 특히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시연회는 경남 창원에 있는 마창대교 운영사가 마련했다. 김성환 ㈜마창대교 대표는 “지난 3월 다리 요금소 부근에서 전기차 사고가 났다. 만약 마창대교 위에서 불이 나면 케이블 등 구조물이 손상될 수 있고, 창원 전체 교통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 화재 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 배터리가 있는 자동차 바닥면에 물을 계속 끼얹어 배터리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최상원 기자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 배터리가 있는 자동차 바닥면에 물을 계속 끼얹어 배터리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최상원 기자

이날 훈련은 인명 구조, 초기 대응, 119 도착 때까지 화재 통제, 재발화 차단 등의 단계별 목표가 설정돼 있었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마창대교 직원들이 즉시 달려가서 운전자를 구조하고 119에 신고했다. 또 배터리에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배터리가 있는 자동차 바닥면에 물을 계속 끼얹었다.

전기차에선 불이 붙자 먼저 흰색 연기가 나왔다. 7분쯤 뒤 불이 배터리에까지 번지면서 검은 연기가 나왔고, 곧이어 불꽃이 발생했다. 가연성 금속화재 전용인 디(D)형 소화기를 준비하는 운전자가 많은데,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디형 소화기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초기 대응이 완료되자 방염 처리된 넓은 천인 질식소화포로 자동차를 완전히 덮었다. 산소 공급을 차단해 불길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1시간가량 화재가 통제되기 때문에 119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배터리에 붙은 불이 꺼진 것은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300여개 조각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는데, 조각 1개라도 불이 붙으면 주변 조각으로 연쇄적으로 불이 옮겨붙는 ‘열 폭주 현상’이 일어난다.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불은 꺼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물을 가득 채운 침수조에 전기자동차를 통째로 넣어서 불이 꺼지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최소 72시간이 걸린다.

강종태 창원소방본부 대응예방과장은 “창원에는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침수조가 아직 없다. 올해 침수조 4개를 구입해 각 소방서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재용 소방청 대응전략계장은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신속히 대피해서 119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무리하게 진화하려고 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완규 가드케이 대표가 불이 난 전기자동차를 질식소화포로 완전히 덮어서 119가 도착할 때까지 화재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정완규 가드케이 대표가 불이 난 전기자동차를 질식소화포로 완전히 덮어서 119가 도착할 때까지 화재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집계를 보면,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1년 23만1443대에서 2022년 38만9855대로 한해 동안 68.4%가 증가할 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화재 사고도 2021년 24건에서 2022년 43건으로 한해 동안 79.2%나 증가했다. 올해 들어선 3월 말까지 17건의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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