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30일 부산시청 7층 국제의전실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과 에이미 우 에프티엑스(FTX) 투자부문 대표가 ‘글로벌 디지털 금융 허브 도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체결한 업무협약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 1월까지 취소된 업무협약은 22건이다. 업무협약을 자치단체장의 ‘치적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사후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부산시의 말을 종합하면, 2019년부터 지난 1월까지 부산시가 체결한 업무협약은 632건이다. 4년 동안 한달 평균 13건이고 2.3일마다 1건씩 체결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한 2021년 4월7일 이후엔 380건이 체결됐다. 22개월 동안 한달 평균 17건이고 1.7일마다 1건씩 체결된 것이다.
반면 2019년부터 지난 1월까지 취소된 업무협약은 22건이었다. 전체 632건의 3.48%로 100건 가운데 3건가량이 취소됐다. 박 시장이 2021년 4월7일 취임한 뒤 취소된 업무협약은 5건이다.
무산된 대표적인 업무협약은 지난해 8월께 부산시와 세계적인 가상자산거래소 ‘에프티엑스’(FTX)가 체결한 ‘글로벌 디지털 금융 허브 도시 조성 업무협약’이다. 이 업무협약은 체결된 지 불과 70여일 뒤 파기됐다. 같은 해 11월께 에프티엑스가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앞서 에프티엑스는 우리 금융당국으로부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의한 요건을 구비하고 가상자산거래소 신고를 하라’는 통보를 받고서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에프티엑스가 한국 시장에서 정상 영업이 힘들었지만 부산시는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결국 업무협약은 70여일 만에 없던 걸로 됐다.
부산시는 “업무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무산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무협약이 무산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자체의 공신력을 믿고 협약 업체에 투자하는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형준 시장 취임 뒤 유난히 많은 업무협약 홍보를 통해 마치 사업이 추진되는 듯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부산시는 시민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주는 업무협약을 멈춰야 하고, 부산시의회는 이를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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