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22일 부산 서면의 한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20대 여성의 뒤를 쫓아가 돌려차기 등으로 폭행한 이아무개씨의 범행 모습이 담긴 영상. 에스비에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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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살인미수’ 사건 피고인 이아무개씨에게 법원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부산고법 형사 2-1부(재판장 최환)는 12일 살인미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30대 이아무개씨의 항소심에서 강간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정보통신망 신상공개 10년, 아동·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비 부착 20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사실관계와 여러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1심의 판결은 정당하다. 또 성폭력을 행할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한 것으로 보여 성폭력 범죄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성적인 대상으로 삼아 잔인하게 폭행해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며 “범행 사실마저 부인하고 있는 데다 수감 중에도 피해자에 대한 보복 의지를 드러내는 등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10년간 이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신상정보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경찰 공개심의위원회가 범행수단의 잔인성과 중대 피해 여부 등을 심의해 공개를 결정하거나, 재판 단계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공개할 수 있다. 앞서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한 유튜버가 이씨의 사진과 전과기록 등을 공개했지만, 이는 사적 제재에 해당해 불법이다.
이날 2심 재판부가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지만, 이씨의 신상정보는 유죄가 최종 확정된 뒤 법무부·여성가족부의 행정 절차를 거쳐 ‘성범죄자 알림e’ 시스템에 공개된다. 피해자 쪽 법률 대리인은 “재판 단계가 아니라, 경찰 조사 단계에서 신상공개 처분이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범행이 잔인하거나 피해가 중대해야 신상을 공개한다는 기준도 모호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고, 헌법재판소에 (신상공개 기준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5월22일 새벽 5시쯤 부산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귀가하던 피해자를 폭행해 중상을 입힌 혐의(살인미수)를 받고 있다. 당시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보면, 이씨는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의 뒤로 몰래 다가가 발로 피해자 머리를 돌려차는 등 잇따라 폭행한 뒤 정신을 잃고 쓰러진 피해자를 외진 곳으로 끌고 갔다. 경찰은 이씨를 붙잡아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0월 1심 법원은 이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2심 법원 공판과정에서 검찰과 피해자는 ‘여러 정황 상 이씨가 성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디엔에이 재감정 등을 요구했고, 재감정 결과 피해자 옷에서 이씨의 디엔에이가 검출됐다. 이후 검찰은 이씨의 혐의를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 미수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35년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및 보호관찰명령 20년을 구형했다.
한편 법무부 교정본부는 최근 수감 중인 이씨에 대해 별도 조사를 진행한 뒤 특별 관리 감독을 강화했다. 피해자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부산구치소에 있는 이씨가 다른 수감자들에게 나에 대한 보복을 언급하는 등 불안하다”고 호소한 데 따른 조처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지난 3월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거리에 서 있다. 김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