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신여중 학생들이 경북 안동시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서 공수인사법을 배우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두 손을 모아서 배꼽 부위에 올리고 고개를 90도까지 숙입니다.”
28일 오후 1시30분께 경북 안동시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강의실에서 노란색 조끼를 입은 여중생들이 강사의 말을 듣고 따라 했다. 일부 학생들은 부끄러움 때문인지 어설프게 고개를 숙였지만 여러 차례 반복 연습을 하면서 제법 자세가 나왔다.
이들은 부산 대신여중 1~3학년 반장과 학생회 임원들이다. 39명은 이날 아침 8시50분께 45인승 대형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출발해 낮 12시께 도산서원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등록을 하면서 수련복을 받았고 점심을 먹었다.
오후 1시30분께 입교식 때 서로를 마주 보고 두손을 모아서 공손히 인사하는 공수인사 훈련을 했다. 이어서 배운 것을 실천한 퇴계 이황 선생의 삶을 듣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도산서원으로 이동해 서원의 기능과 구조를 배우고 서원 공부를 체험했다.
곽예릉 대신여중 전교 부회장(3학년)은 “새로운 곳에서 친구들하고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했다. 입교식 때 공수인사법을 배웠는데 인사의 중요성을 좀 느꼈다. 2박3일 동안 퇴계 이황 선생님의 소원처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착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 대신여중 학생들이 경북 안동시 도산서원을 방문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대신중 학생들이 선비문화수련원을 찾은 것은 부산시교육청이 마련한 ‘선비문화 체험학교’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부산시교육청이 ‘인성 기반 학력 신장’이란 구호를 내걸고 학생들에게 지식 위주가 아니라 체험과 실습을 해 겸손과 배려의 가치를 알려주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이날부터 11월까지 진행되는데 부산시교육청이 지난 4월말 초·중·고교에 참가자 모집 공문을 보냈다. 45인승 대형버스 1대에 함께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여건을 고려해 학교당 40명까지 지원을 받았는데 초·중·고교 35곳 1천여명이 신청했다. 이들은 27차례로 나눠서 선비문화수련원에 입소한다.
선비문화수련원에 입소하면 2박3일 동안 탁본 체험, 유교문화박물관 탐방, 도산서원 모형 만들기, 퇴계 태실, 온계종택 방문, 이육사 문학관 탐방, 도산서원 역사, 서원의 기능과 구조이해, 퇴계의 인간관계, 육사 선생의 선비정신과 문학 등을 체험하는데 초·중·고교별 수강·체험과목이 다르다.
이날 대신여중생들을 인솔한 이상룡 부산시교육청 장학관은 “지금까지 학교 단위로 이곳을 찾은 학교들은 있었지만 시·도교육청이 주관해 이곳을 찾은 학생들은 부산시교육청이 처음이라고 한다. 식사도 숙소도 학생들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