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모습. 이날부터 금주구역으로 지정됐다. 김영동 기자
금주구역 지정의 효과는 컸다. 취객들만 즐거웠던 ‘술변 공원’은 ‘금주’ 조례 시행 하루 만에 원래 이름 ‘민락수변공원’의 값어치를 회복했다.
지난 1일 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들머리에는 ‘주류 반입금지’ 안내판이 걸렸다. 해수욕장 곳곳을 수영구 보건소 직원 등이 돌아다니며 이날부터 공원 어디서든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사실을 단단히 주지시켰다.
공원 안에는 준비해온 돗자리 위에서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음식을 먹는 피서객과 바닷바람을 쐬며 산책하는 시민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하지만 금주구역 지정 전에 견주면 ‘한산하다’고 할 만큼 방문객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박아무개(43)씨는 “공원 앞 회센터에서 광어회를 사 왔는데, 술을 마실 수 없다고 해서 탄산음료만 준비했다. 그래도 회 한점 입에 넣으니 소주 생각이 간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입맛을 다셨다.
공원 안에는 형광 조끼와 경광봉을 든 금주지도원들이 조를 이뤄 돌아다녔다. 이들은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공원 안 술 반입을 감시하고, 음주 단속 계도활동을 이어간다. 1차 적발 때는 계도 조치를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마, 우리도 여름 한 철 돈은 벌어야 세금도 내고 그랄 거 아인교?” 공원 들머리가 떠들썩했다. 주변 상인 7~8명이 공원 들머리를 지키고 서 있던 구보건소 직원들에게 ‘금주 구역 지정’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었다. 상인 김아무개(57)씨는 “매출 하락 정도가 아니다. 근처 포장회 가게 50여곳 대부분이 이러다 문 닫아야 하는 거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초저녁 시간까지 회를 사 간 손님이 평소에 견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우리도 주민이고 시민이라예. 이렇게 상권을 죽이면 안 됩니더.” 목소리를 높이던 상인들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설득에 각자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수영구 주민 이아무개(34)씨는 “4~5만원이면 멋진 야경을 감상하면서 싱싱한 회를 안주 삼아 술 한잔할 수 있던 곳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여기 올 이유가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주민들 다수는 금주 구역 지정을 반겼다. 근처 아파트에서 산다는 김아무개(29)씨는 “산책하고 앉아서 밤바다 보며 음료수 한병 마시면 됐지, 왜 굳이 술을 마셔야 하느냐”며 “취객들 떠드는 소리로 여름이면 골치 아팠는데, 구청이 정말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모습. 이날부터 금주구역으로 지정됐다. 김영동 기자
1997년 문을 연 민락수변공원은 2010년대부터 광안대교 야경을 감상할 수 있고, 주변 회센터에서 파는 생선회 가격도 1㎏에 2만원 안팎에 불과해 야외에서 회와 술을 즐기려는 이들 사이에 명소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2018년 이곳의 여름철 방문객이 40만명을 넘어섰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잠시 3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해엔 무려 89만4천여명이 찾았다.
하지만 방문객이 늘고 ‘음주 명소’라는 소문이 퍼져 애주가들이 몰려들면서 취객의 고성방가와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구청 게시판 등에는 민원이 빗발쳤고, 지역 언론 등에는 민락‘술’변공원, 민락‘술판’공원이란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수영구는 지난해부터 공원의 금주구역 지정에 나섰고, 수영구의회가 지난해 10월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날은 조례 시행에 따른 금주 구역 지정 첫날이었다.
수영구 도시해변관리계 관계자는 “당장은 방문객이 줄더라도, 클래식 음악회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행사를 마련하고 ‘음주 청정 구역’에 걸맞은 환경개선 사업을 이어가면 방문객이 오히려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모습. 이날부터 금주구역으로 지정됐다. 김영동 기자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