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암남동 고신대병원 주차장에 걸린 의대 정상화 촉구 펼침막. 고신대 의대 학생 티에프팀 제공
부산의 유서 깊은 사학 고신대가 소속 의과대 학생들의 등록금 납부 거부 선언에 직면했다. 지방 사립대의 고질적인 재정난이 의과대학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15일 고신대와 이 대학 의대 학생 티에프(TF)팀 등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5월부터 고신대 의대는 전기·수도·통신요금 등 필수 경비를 제외한 단과대학의 모든 지출이 중단됐다. 대학본부가 매달 배정해온 의대 운영비 지급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직원과 교수들도 동요하고 있다. 지난 6월 학교 쪽이 직원들에게 ‘정상적인 임금 지급이 어렵다’고 통보한 뒤 일부 교수와 직원에게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같은 달 열린 교수평의회에서는 결국 이병수 총장 불신임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달에도 일부 교직원 임금이 50%만 지급됐다. 임금이 체불된 교직원들이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대학본부를 고발하자 대학 쪽은 그제서야 임금을 순차적으로 지급했다.
의대 교수 154명은 올해 2학기부터 의대 등록금 회계를 대학본부로부터 분리해 독립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결의문을 지난달 6일 발표했다. 신입생 정원을 채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등록금도 타 단과대에 견줘 비싼 의과대학이 다른 단과대학들의 부실 운영 때문에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논리다. 의대 학생들도 이에 동조해 사태 조속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의대 등록금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과 국외 실습 등에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는 내용이다.
티에프팀을 꾸려 대학본부와 협의에 나선 학생들은 지난 2일 “여러차례 대학과 협의했지만, 의대 교육 운영비를 보장한다는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의 공론화와 함께 의대생 450명이 2학기 등록금 납부 거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 쪽은 최근 사태 책임을 물어 이병수 총장이 낸 사표를 최근 수리했고, 교무위원도 전원 교체했다. 학교법인 고려학원 쪽은 자산 매각·통합 등 다양한 방안으로 재정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77년 역사의 고신대는 대학 운영 경비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을 통해 조달한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신입생 등록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재정난이 발생했고, 교직원 임금과 학사 운영비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신대 신입생 등록률은 2021학년도 97.2%에서 2022학년도 90.4%, 올해 83%로 2년 새 14%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대학 관계자는 “다음주까지 1학기 의대 운영비를 100% 지급 완료하고, 2학기부터는 의대 운영비도 정상 지급할 계획이다. 회계상 의대 학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한다는 약속과 함께 문서 명문화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쪽은 학생들과 협의해 대학 재정의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방 사학들이 겪고 있는 신입생 충원난을 고려하면 뾰족한 수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학생 티에프팀 관계자는 “우리 요구는 운영비 미지급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가 재발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인데, 서로 신뢰 회복이 되지 않아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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