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경북 봉화군 오미산풍력발전단지 산림 훼손 모습. 녹색연합 제공
지난 16일 찾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오미산. 풍력발전단지 공사를 위해 닦아놓은 임도를 따라 올라가니 바람개비 모양의 풍력발전기 14기가 보였다. 백두대간 분지맥 가운데 하나인 오미산은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으로 해발고도가 1071m에 이른다. 이곳에선 한국남부발전과 유니슨이 1600억원을 투입해 설비용량 60.2㎿ 규모의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한창인데, 석포면 주민들이 주주로 참여해 운영 수익을 배당받는 주민참여형 사업이다. 올해 연말 준공이 목표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업임에도 공사는 산자락 곳곳에 깊은 상처를 만들어놓았다. 산속 풍력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마을 아래 변전소까지 보내는 송전선로 아래엔 공사를 위해 흙길이 닦여 있었는데, 흙더미가 무너지지 않게 그물망으로 덮고 어린 상수리나무를 듬성듬성 심어놓은 게 눈에 띄었다. 업주 쪽이 허가받지 않은 지역까지 훼손한 뒤 일부를 복구해놓은 상황이었다. 이곳은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노루목재’ 인근이다. 현장을 둘러보던 주민들이 훼손 구간에 이르러선 혀를 끌끌 차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에 동행한 임재은 산림기술사는 “나무 종자를 뿌리지 않고 그물망만 쳐놓았다. 검은색 부직포처럼 보이는 구조물도 햇빛을 계속 받으면 삭아서 터질 수 있다. 그러면 산사태 위험이 커진다. 성의껏 복구하지 않고 대충대충 훼손 흔적을 감춘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경북 봉화군 오미산풍력발전단지 현장 송전선로 아래 산림이 훼손된 구간의 모습. 김규현 기자
애초 이 구간은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헬기 작업으로 강관주(강철로 만든 전신주)를 설치하기로 계획돼 있었지만, 사업주 쪽은 헬기가 아닌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끌고 올라가 작업했다. 이 과정에서 중장비가 드나드는 길이 만들어지면서 애초 계획했던 작업 구간을 벗어난 구역까지 산림이 훼손된 것이다. 이렇게 훼손된 구간은 1.3㏊에 이른다. 유니슨 쪽 관계자는 “일부 헬기로 작업한 구간도 있는데, 시공사와 의사소통 과정에서 서로 오해가 있어 중장비가 들어가 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산림당국은 지난 2월 해당 구간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5월 복구 설계를 승인했다. 행정처분과 함께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박정현 영주국유림관리소 보호팀장은 “비용 문제나 작업 속도를 높이려고 헬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가된 구간을 벗어나 훼손된 곳은 풍력발전단지 안에도 일부 있었다. 산림당국은 복구 명령을 내렸고, 복구설계서를 전문가 등과 검토한 뒤 복구 준공 승인을 할 계획이다. 훼손된 곳 부근에 유전자원보호구역이 있어 정밀한 복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기후변화 시대에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서 풍력 발전은 거부할 수 없지만 개발 과정에서 산림 훼손은 최소화해야 한다. 공기업과 국내 대표적인 풍력발전회사가 보란 듯이 불법으로 산림을 훼손한 일은 굉장히 심각하다. 훼손된 만큼 산사태 위험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미산은 고도가 높아 식생을 비롯한 생태계가 인위적 개입에 취약하다. 복구 작업에도 상당한 예산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풍력발전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산림 생태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경북 봉화군 오미산풍력발전단지 모습. 김규현 기자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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