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나사함’ 지적·자폐성 장애인 12명 출전 비장애인 일반부에 당당히 출전해 2위 수상
부산 남구 나사함발달장애인복지관(나사함) 수강생들로 이뤄진 당나귀팀이 ‘제12회 부산시장배 전국 생활체조&댄스 페스티벌 경연대회’에 출전했다. 상장을 받아든 이가 강민혁씨다. 나사함 제공
“선생님이 대회에 나가보라고 했는데 입상까지 하니 뿌듯합니다. 하하하.”
부산 남구 나사함발달장애인복지관(나사함)에 다니는 강민혁(26·지적장애인)씨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서로 동작이 맞지 않고 연습도 많아서 힘들었어요. 막상 비장애인들과 경쟁을 해보니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6일 부산여대에서 열린 ‘제12회 부산시장배 전국 생활체조&댄스 페스티벌 경연대회’에 나사함 수강생 11명과 함께 참가했다. 팀 이름은 당나귀. ‘당신은 나사함의 귀한 존재입니다’의 줄임말이다. 당나귀팀은 발달장애(지적·자폐성 장애)를 가진 20~30대 남자 8명과 여자 4명으로 꾸려졌다.
부산시체조협회가 주최한 대회는 코로나19 때문에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실용댄스·건강체조·스트릿댄스·벨리댄스 등 5개 분야에 유아·유소년·청소년·일반·노년부로 나뉘어 치러졌다. 70개팀 1천여명이 참가했다.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지만 장애인을 위한 별도 채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어서 장애인들의 출전이 쉽지 않았다.
나사함 수강생 12명은 이날 유일하게 장애인팀으로 건강체조 일반부에 출전했다. 부산시장배 전국 생활체조&댄스 페스티벌 경연대회가 12회째 치러지는 동안 장애인팀이 출전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부산 남구 나사함발달장애인복지관(나사함) 수강생들로 이뤄진 당나귀팀이 ‘제12회 부산시장배 전국 생활체조&댄스 페스티벌 경연대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나사함 제공
당나귀팀이 댄스 대회에 나간 건 지난 1월부터 나사함에서 발달장애인을 지도하는 김주연 마린핏 아카데미 대표의 제안 덕분이었다. 김 마린핏 아카데미 대표는 “생활체조는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날개 없는 천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출전을 제안했어요”라고 말했다.
김유라 나사함 관장은 “비장애인 경연대회에 나간다는 보고를 받는 순간 저는 부끄러웠어요. 오랫동안 장애인과 함께하는 길을 걷는 내가 나도 모르게 또 다른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죠”라고 말했다.
김 관장과 나사함 직원들은 “해보자”고 당나귀팀을 격려했다. 김 대표가 대회 안무를 짰고 당나귀팀은 지난 6월부터 연습에 몰두했다. 기초 동작을 1월부터 다졌지만 무대에서 펼칠 4분짜리 공연에 필요한 동작을 외우기가 쉽지 않았다. 에어컨을 틀어도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지만 매주 세 차례 이상 연습실에 모여서 연습했다. 비장애인과 겨뤄서 이기기 위해서는 몇배의 노력을 해야 했다. 수많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하나씩 손발이 맞기 시작했다.
당나귀팀원들이 댄스 대회가 끝난 뒤 지도강사에게 보낸 감사편지. 나사함 제공
마침내 지난 16일 오후 당나귀팀이 댄스 대회 무대에 올랐다. 출전을 신청한 70개 팀 가운데 마지막 순서였다. 사회자가 당나귀팀을 2분 정도 소개했다. 당나귀팀원 중에는 두렵고 떨려서 우는 사람도 있었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나사함 직원·가족·선생님의 응원에 용기를 내어 춤을 추었다. 그들은 평소 연습한 대로 4분 동안 큰 실수를 하지 않고 공연을 마무리했다. 홍보대사인 배우 임호와 일부 심사위원은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당나귀팀은 대회의 건강체조 일반부에서 2위를 차지했다. 건강체조 일반부는 3개 팀만 출전했지만 당나귀팀이 비장애인팀 1팀을 눌렀다는 사실에 관객들은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김유리 부산시체조협회 부회장은 “당나귀팀 덕분에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뜻깊은 대회가 됐다. 다음 대회부터 장애인부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