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호 직원협의회장, 김정구 교수회장, 이유미 조교협의회장 직무대리, 김요섭 총학생회장(왼쪽부터)이 지난 26일 부산대 교수회관 회의실에서 총장선출 규정 개정안 합의문에 서명했다. 부산대 제공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유일하게 국·공립대 총장을 전체 구성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을 고수했던 부산대가 내년 2월 차기 총장 선거 때 전체 유권자 대비 학생 투표권 비율을 현재 3%대에서 7%대로 올렸다. 갑절 이상 학생 투표권 비율이 높아지긴 했으나 10%를 넘지 못했다.
부산대 교수회는 27일 “교수·학생·직원·조교 대표자들이 지난 5일부터 매주 화요일 회의를 열어 ‘부산대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교수회 총회에서 가결되면 내년 2월 차기 총장 선거에 적용된다. 현 차정인 총장은 내년 5월 임기가 끝난다.
개정안의 핵심은 구성원들의 투표권 비율이다. 현재는 전체 전임 교수 대비 학생 3.9%, 직원·조교 17%인데 학생 10%, 직원·조교 20%로 변경됐다. 학생은 6.1%포인트, 직원·조교는 3%포인트가 올랐다.
하지만 학생은 전체 유권자 대비 투표권 비율이 10% 미만이다. 부산대 전임 교수 120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교수 76.9%, 직원·조교 15.4%, 학생 7.7%다. 개정 전에는 교수 82.7%, 직원·조교 14.1%, 학생 3.2%이다.
선거관리위원회 구실을 하는 총장추천위원회 위원 수도 조정됐다. 전체 위원이 26명(총장·교수회장이 추천하는 각 7명, 총장·교수회장이 추천하는 외부인사 각 3명, 학생 추천 2명, 직원·조교·총동창회장 추천 각 1명, 교수회장)에서 30명으로 늘었다. 추가된 4명은 학생·직원·조교 몫인데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개정안에 대해 김정구 부산대 교수회 회장은 “애초 교수들은 개정 전 수준을 주장했고 학생들은 전체 유권자 대비 학생 비율을 10%로 해달라고 했으나 한발씩 물러나 네 차례 회의 만에 합의안을 끌어냈다. 지성집단이 실현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른 국·공립대와 비교했을 때 부산대의 학생 투표권 비율은 평균 수준이다. 전국국공립대학교교수회연합회(국교련)가 전국 4년제 국공립대학 40곳 가운데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총장 직선제를 시행한 10개 대학의 실제 학생 투표권 비율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부산대(7.7%)는 목포해양대(4%)·경북대(4%)·경인교대(6%)·제주대(6.2%)·금오공대(7%)에 견줘서는 높다. 반면 충북대(8%)·순천대(10%)·춘천교대(12.5%)·광주교대(14.5%)에 견줘서는 낮다. 지난해 12월 직선 총장을 선출한 한국체육대는 학생·동문회 투표권 비율이 10%였다.
국·공립대학 총장은 대학에서 직·간접선거로 뽑아서 복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전국 4년제 국·공립대학 40곳(서울시장이 임명하는 서울시립대 제외) 가운데 직선 총장을 선출한 곳은 부산대가 유일했다. 부산대는 간선제로 바꾸려 했으나 고현철 교수(국문학과)가 직선제 사수를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자 2015년 교육부의 압력에 맞서 직선 총장을 선출했다. 당시 투표권 비율은 교수 87.5%, 직원 9.6%, 조교 1.6%, 학생 1.3%였다. 2020년 2월 치러진 직선 총장 선거에선 교수 82.7%, 직원·조교 14.1%, 학생 3.2%였다. 이에 총학생회는 투표 참여를 거부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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